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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혁신'이라는 전동킥보드… 안전·법규는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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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혁신'이라는 전동킥보드… 안전·법규는 '역주행'

입력
2020.11.20 04:30
수정
2020.11.20 16:11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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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리 이동수단 자리매김 규제도 완화
"제한속도 확 줄여야 인도 위 사고 감소"

공유 전동킥보드를 탄 이용자가 이달 3일 퇴근 시간 서울 강남구 인도 위를 주행하고 있다. 현행법 상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 위를 주행하거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내야 하지만, 관련 단속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한호 기자

공유 전동킥보드를 탄 이용자가 이달 3일 퇴근 시간 서울 강남구 인도 위를 주행하고 있다. 현행법 상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 위를 주행하거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내야 하지만, 관련 단속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전동킥보드는 대중교통을 타기에 애매한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이용해요. 그런데 정확한 법규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남호(31)씨는 퇴근 후 지하철역까지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는 차로가 아닌 인도(보도) 위를 달리고 있었다. 김씨는 “인도 위를 달리면 안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몰랐다”며 머쓱해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자동차 면허를 따기 전에 교육을 받는 것처럼 정부나 기관에서 전동킥보드 관련 법규를 미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등장한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ㆍPM)은 최근 몇 년 새 혁신을 밑거름 삼아 단순 레저용 도구가 아닌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사무실까지의 ‘마지막 한 걸음’을 이동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로 불릴 정도로 실용적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PM은 수고로움과 시간낭비를 줄여주고 재미까지 더해진 혁신적인 도구인 셈이다.

PM의 대중화 이면에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공유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김씨의 사례처럼 대다수 이용자들은 고가의 PM 제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공유업체 제품을 필요한 시간만큼 빌린다. 초기비용을 대폭 줄여주는 것이다. 지갑이 없어도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이 가능한 것도 공유 PM의 이점으로 꼽힌다. 아르바이트 장소로 이동할 때 일주일에 2,3회 전기자전거를 이용한다는 배모(31)씨는 “번거롭게 이것저것 가지고 갈 필요가 없어 무척 편하다”고 만족해했다.

특히 대다수 공유 PM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주차할 수 있는 '독리스(dockless)' 방식을 택하고 있어 주차와 반납도 편리하다. 배씨는 “주차한 뒤 앱으로 반납 버튼만 누르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도 서울시내 지하철역, 아파트 단지, 도심지역 등 2,100곳에 대여소(반납소)가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따릉이를 자주 이용한다는 취업준비생 홍모(29)씨는 “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 따릉이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탄 시민이 이달 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인도 위를 주행하고 있다. 인도 위로 주차된 공유 전동 킥보드, 쓰러진 전동 킥보드가 보인다. 이한호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탄 시민이 이달 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인도 위를 주행하고 있다. 인도 위로 주차된 공유 전동 킥보드, 쓰러진 전동 킥보드가 보인다. 이한호 기자

공유와 편리함을 내세운 PM 시장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올해 6월 발표한 ‘개인형 이동수단 현황과 정책적 과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전동휠 등 스마트모빌리티 판매대수는 △2017년 9만7,500대 △2018년 16만6,500대 △지난해 19만6,200대로 나타나, 2년 만에 2배나 증가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향후에도 시장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2029년에는 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 PM 이용자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전동킥보드 '빅3업체(라임코리아ㆍ씽씽ㆍ킥고잉)'의 월간 이용자수가 지난 9월 34만5,930명에 달해, 1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는 안전규제의 필요성을 불러왔다. 정부는 16세 이상 원동기장치 면허증 소지자만 PM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헬멧 등 보호장구 미착용시 범칙금 2만원, 인도 주행시 범칙금 4만원 등의 처벌규정을 만들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규제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책홍보 부족 등으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PM 사고건수는 집계가 시작했던 2017년에는 11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 225건, 지난해 447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상자 역시 2017년 128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급증했다. 서울시가 파악한 따릉이 사고건수 역시 △2016년 23건 △2017년 173건 △2018년 305건 △지난해 438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내달 10일부터는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안전사고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자전거도로라고 해도 자전거만 운행할 수 있는 전용도로는 전체 자전거도로의 20%에 불과하고, 겸용 도로가 대부분이라 자전거와 킥보드, 보행자가 뒤엉키는 대혼란이 예상된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프랑스 리옹시는 보행우선구역을 지정해 시속 8㎞로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국도 보호구역을 지정해 제한속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이성택 기자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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