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서 ‘되팔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되팔렘이란 물건을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파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2012년 블리자드에서 컴퓨터 게임 ‘디아블로3’ 한정판을 내놓았을 때 이를 사재기해 되파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되파는 행위와 게임 캐릭터 ‘네팔렘’을 합성해 등장한 용어다.
되팔렘이 노리는 것은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충분하지 못한 제품들이다. 지난 10일과 12일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각각 내놓은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엑스’(XBX)와 ‘플레이스테이션(PS)5’가 최근 되팔렘의 표적이 됐다. 두 제품 모두 온라인 사전 예약 때 한 시간도 안돼 전 세계에서 품절됐다.
되팔렘들은 사람도 동원하지만 단시간에 수 많은 클릭을 유발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따라서 정상적 방법으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이기기 힘들다. 되팔렘들은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 정가 59만8,000원인 XBX를 80만~100만원, 62만8,000원인 PS5를 90만~100만원에 내놓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일본 닌텐도의 게임기 ‘스위치’와 게임 ‘동물의 숲’도 되팔렘 홍역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닌텐도 중국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많은 물량이 풀리지 않아 되팔렘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 당시 되팔렘들은 36만원이었던 ‘동물의 숲 스위치 에디션’ 가격을 70만원대까지 올려 놓았다.
한정판 블루레이 영화 타이틀은 되팔렘의 대표적 치부 수단이 됐다. 포장을 그럴듯하게 만든 ‘스틸북’은 예약 판매 때 5분도 안돼 동이 난다. 이후 이를 사재기한 되팔렘들이 중고 사이트에 프리미엄을 붙여 내놓는다.
이 같은 되팔렘의 행위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소비 의욕을 떨어뜨려 시장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 정작 제품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구입하지 못하거나 비싼 값에 사면서 만족도가 떨어지게 된다. 덩달아 제조사들도 욕을 먹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선량한 소비자들의 소비 행위에 빌붙어 이득을 보는 ‘소비 기생충’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대량 매점매석이 아니라면 되파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되팔렘의 행위는 정상적인 중고 거래와 거리가 멀다. 아예 처음부터 사재기를 목적으로 구입해 새 제품을 그대로 팔거나 비닐 포장만 뜯어 비싸게 되팔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를 법으로 단죄할 수는 없지만 도덕적으로 충분히 비난할 만하다.
제조사들이 처음부터 많이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과 생산 여력 등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레고에서 되팔렘을 골탕 먹이려고 품절된 한정판 장난감을 대량으로 재출시해 중고 가격을 끌어내린 적이 있지만 재고 소진에 애를 먹었다.
그렇다면 되팔렘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되팔렘으로 의심할 만한 물품을 사지 않는 것이다. 사는 사람이 없다면 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블루레이 스틸북의 경우 제조사에서 아예 스틸북 포장만 별도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을 치솟게 만드는 원인인 껍데기만 따로 팔아 포장보다 영화 감상에 목적을 둔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출시하자마자 제품을 곧장 되파는 상습적인 되팔렘을 세무 조사할 필요가 있다. 세법에서는 일시적 중고 판매는 비과세 대상이지만 반복적이고 계속적으로 중고품을 판매하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으로 본다. 되팔렘 근절을 위해 소비자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지혜를, 정부는 건전한 시장 경제 조성을 위해 단호한 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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