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으로 취득한 별채 압류 처분은 유지
추징금을 미납한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정원을 압류한 검찰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본채의 경우 전씨가 대통령 취임 전 취득한 것이어서, 대통령 재임 중 받은 뇌물로 얻은 불법재산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씨가 취임 후 조성한 비자금으로 구입한 별채를 압류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20일 전씨 측이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 압류에 대해 낸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본채와 정원은 대통령 취임 전에 취득한 것으로, 공무원범죄몰수법의 불법재산 또는 여기서 유래한 재산으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압류처분을 취소했다.
법원은 연희동 본채 토지에 대해 전씨 측이 대통령 취임(1980년 9월) 전인 1969년 10월에 소유권을 취득해 추징 대상이 아니고, 본채 건물은 비자금 등 불법 수익으로 지었다고 볼 증거를 검찰이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자택 정원 역시 대통령 취임 전인 1980년 6월 소유권을 취득한 점 등을 들어 대통령 재임기간 중 받은 뇌물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본채와 정원이 차명재산에 해당할 경우, 채권자대위소송(채권자가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소송)을 제기해 전씨 앞으로 명의를 회복한 다음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며 압류의 가능성은 열어 뒀다. 현재 연희동 자택 및 토지는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 정원은 전씨 비서관을 지냈던 이택수씨 명의인 상태다.
별채에 대해선 압류처분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전씨 처남 이창석씨가 대통령 재임 중 받은 뇌물을 비자금으로 관리하다가 별채를 취득한 점 △현 소유자(전씨의 며느리 이모씨)가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면서도 별채를 취득한 점 등을 이유로 전씨 측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법원 결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이의신청을 인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항고를 제기하고, 아울러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연희동 사저는 전씨의 장남 재국씨가 2013년 9월 10일 전씨의 실소유 재산임을 일가 모두가 인정하고 환수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힌 재산”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997년 내란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 판결을 확정했다. 추징금과 관련, 전씨는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면서 991억원의 납부를 미뤘다. 검찰은 2013년 연희동 자택 등을 압류했고, 전씨 측은 2018년과 지난해 본채 및 정원, 별채에 대한 압류 처분에 대해 각각 이의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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