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무섭게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자 이른바 ‘가즈아 광풍’이 몰아치던 2017년처럼 또 한순간에 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납득할만한 상승 동력이 없다면 언제든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 한편으로,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과 예전보다 강해진 기초체력(펀더멘털)이 3년 전 악몽을 되풀이하지는 않게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상 최고치 근접… 시총은 삼성전자급
20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분석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만8,230달러(오후 2시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2017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1월1일(7,203달러)과 비교하면 11개월 만에 2.5배나 뛴 것이다.
올해 나스닥이 30% 가량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은 5배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앞서 2018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3,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이날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824만원)보다 144% 오른 2,014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시가총액(3,241억달러ㆍ361조원)도 연초 대비 2.5배 가까이 상승하며 삼성전자 시가총액(386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가격 급등세는 투기성격이 짙던 2017년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에는 ‘묻지마 투자’ 분위기 속에 개인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쌈짓돈을 투입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이유 있는 상승’이라는 의미다.
달러 신뢰 약화에 비트코인 가치↑
금융사와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재료는 △넘치는 시중 유동성 △계속되는 달러 약세 △과거와 달라진 위상 등이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경기침체를 극복하려 경쟁적으로 돈을 풀면서, 시중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린다는 분석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후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 역시 암호화폐 질주 지속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는 3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환경이다.
종이 돈의 ‘왕’인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점 역시 비트코인 가격 급등 요인이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비트코인 등 ‘탈국가 대체 통화’ 강세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은 달러화와 반비례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최근의 가격 급등은 달러화 신뢰 약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3년 전인 2017년에도 연초 103대에 머물던 달러인덱스(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연말 91대까지 내려온 달러 약세 시기였다. 앞으로 달러 약세가 계속된다면 비트코인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 정부가 암호화폐를 백안시했던 2017년과 달리 최근엔 시각이 개선된 점도 호재다. 세계 3억5,0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PayPal)은 내년부터 4종의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암호화폐는 실생활 거래에 사용된다. 지급결제 업체 스퀘어는 보유 현금 중 1%인 5,000만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스퀘어에 이어 페이팔도 디지털자산 구매 서비스에 나서면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촉매 역할을 했다”며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디지털 자산서비스를 출시하고, 투자은행 JP모건은 글로벌 (코인)거래소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글로벌 금융사의 행보도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팀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전문가가 대거 포진했다는 소식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제2의 호황기 vs 변동성 여전" 팽팽
이런 조건들이 유지된다면 당분간 ‘제2의 비트코인 호황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씨티은행은 17일 기관투자자 대상 보고서에서 “강세장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뒤 31만8,000달러(약 3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놨다.
다만 여전히 가격 변동성이 큰데다, 각국 정부가 언제 또 다시 규제 칼날을 들이댈 지 몰라 회의론도 팽팽하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교환수단과 가치 저장수단으로 사용되기엔 변동성이 크다”며 “설령 기존 법정화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도 정부가 불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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