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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국회 정문에 쇠자물쇠로 목을 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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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국회 정문에 쇠자물쇠로 목을 묶었을까

입력
2020.11.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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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시민불복종 단체 '멸종반란한국'
"분리수거 수준으론 지구 파괴 못 막아"
"2025년까지 탄소중립 만들어야" 호소


시민불복종 단체 멸종반란한국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자전거 자물쇠로 목을 묶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멸종반란한국 제공

시민불복종 단체 멸종반란한국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자전거 자물쇠로 목을 묶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멸종반란한국 제공

지난 19일 오전 8시 30분 시민 6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자전거 자물쇠로 자신들의 목을 묶었다. 이들은 손에 ‘2025 탄소중립’이라는 팻말을 든 채 “우리는 살고 싶다”는 구호를 외쳤다. 30여분 뒤 출동한 경찰이 쇠톱으로 목에 걸린 자물쇠를 자른 뒤 현장에 있던 활동가 11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연행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오후 6시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다음날인 20일 서울 종로구 한 책방에서 전날 ‘자물쇠 퍼포먼스’를 벌인 홍성환(30)씨와 문성웅(19)씨를 만났다. 이들은 스스로를 ‘멸종반란한국’의 활동가들이라고 소개했다. 홍씨는 “우리는 비폭력 시민불복종 환경운동 네트워크”라며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상위 단체도 딱히 없는, 그야말로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연대”라고 밝혔다.

멸종반란한국 활동가 홍성환씨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 책방에서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멸종반란한국 활동가 홍성환씨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 책방에서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국회 앞에서 항의 퍼포먼스를 벌인 이유에 대해, 홍씨는 2050년 탄소중립사회를 목표로 하는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홍씨는 “2050년이 아니라 늦어도 2025년까지는 탄소중립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극단적으로 비칠 수 있는 퍼포먼스에 대해선 “우리 목숨이 위태롭다는 상황을 절실하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이 '제로(0)'라는 의미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협의체’(IPCC)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면 해수면이 0.26~0.77m상승하고, 폭염시 온도가 3~4.5도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보고서는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게 인류와 생태계의 안전을 보호하는 마지노선이라고 본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지구의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식화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멸종반란한국은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미온적인 태도”라며 비판했다. 홍씨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것은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인한 메탄 유출 등 온실가스의 추가발생 요인은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라며 “독일 기후위기연구기관(MCC)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이제 7년 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최소한 2025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멸종반란한국 활동가 문성웅씨가 시민불복종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왕나경 인턴기자

멸종반란한국 활동가 문성웅씨가 시민불복종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왕나경 인턴기자

멸종반란한국 모임이 결성된 계기는 무엇일까. 홍씨는 “지난해 이미 ‘멸종반란’이라는 이름 하에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이 일어났다”며 “이를 보고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뜻을 같이 할 시민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렸고, 이를 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홍씨가 말한 전세계적 시민불복종 운동은 지난해 10월 런던, 뉴욕, 밴쿠버, 베를린, 파리 등 60여개 도시에서 열렸으며, 도시마다 시민 수백명이 자기 몸을 차량에 쇠사슬로 묶거나 대로 한복판에 드러눕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같은 격렬한 점거시위로 각 도시에서는 수십명의 시민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현재 멸종반란한국에는 8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령대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문씨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성실히 하는 등 생활 속 환경운동 실천도 중요하지만, 이미 지구의 생태계 파괴는 그 정도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며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해 성장 일변도로 가고 있는 현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시스템을 바꾸려면 전체 인구의 3.5%를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2025년까지 탄소중립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소 175만명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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