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꿈 꾸지 않았다면 명왕성에 가지도 못했다

입력
2020.11.23 15:00
수정
2020.11.23 18:06
25면
0 0
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명왕성 ⓒNASA

명왕성 ⓒNASA


명왕성에 도착한 인류의 첫 번째 인공위성 '뉴호라이즌스'를 만든 행성 과학자 앨런 스턴의 이야기를 다룬 책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이 출판되었다.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970년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였다. 최초 발견 이후로 명왕성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자 막내 행성으로서 지구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그런 명왕성이 2006년 국제 천문연맹총회에서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소행성 134340’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36년이나 우리 태양계의 가족이라 생각했던 행성이 어느 날 갑자기 가족에서 제외된 충격은 매우 컸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대표되는 태양계 식구들의 명단에서 '수금지화목토천해'로 끝나는 명단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명왕성을 행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여전히 많다.

명왕성을 사랑하는 많은 지구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앨런 스턴 박사였다.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를 처음 꿈꾸기 시작한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 '명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이 이제 막 우주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젊은 20~30대의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이 모임에서 대담하게도 인류 최초로 태양계 가장 바깥에 있는 명왕성에 직접 인공위성을 보내자는 용감한 프로젝트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들이 1989년에 만든 탐사 임무 제안서는 2001년이 되어서야 최종 승인이 된다. 2002년에 위성을 만들기 시작해 2005년에 완성되었고, 2006년 1월 18일, 마침내 지구를 출발해 우주로의 벅찬 여행을 시작한다. 명왕성 탐사를 꿈꾼 지 17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명왕성은 태양계에서도 너무 멀리, 가장 바깥에 있어 자그마치 10년이라는 기나긴 비행 끝에 2015년 7월 14일, 드디어 명왕성에 도착했다. 뉴호라이즌스의 명왕성 탐사는 거의 30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은, 완벽한 계획을 만들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헌신한 사람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열정이었다.

뉴호라이즌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의 숫자가 자그마치 2,500명이나 된다. 이 사람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여 우주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우주 탐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미래 세대들에게 우주를 향한 새로운 꿈을 불어넣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400여년 전에 인류 최초로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한 이래, 인류에게 우주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상에 붙어 있는 망원경으로 보는 명왕성은 멀고 먼 빛 한 '점'에 불과했다. 뉴호라이즌스의 위대한 탐사 덕택에 이제 명왕성은 하트 모양의 평원이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가 되었다. 과학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로, 인류의 지식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태양계 탐사 위성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위성들은 대부분 저궤도, 정지궤도에 올려 있는 실용 위성과 지구관측용 위성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우주 탐사로의 여행 기회가 열리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달로 가는 여행이다. 우리의 탐사선이 2022년 달에 갈 예정이다. 달 궤도선이 성공한다면 그다음에는 달 착륙선과 로버가 우리나라가 만든 로켓을 타고 우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달 탐사에 성공한 다음에는 소행성 탐사, 화성 탐사도 계획하고 있다.

심우주 탐사는 더는 먼 미래의 일이거나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명왕성 탐사라는 원대한 계획도 독창성, 용기, 끈기, 수많은 사람의 헌신으로 결국 성공해냈다. 지금은 비록 무모해 보이는 꿈일지라도 꿈을 포기하기를 거부하는 많은 과학자가 있는 한 우리도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인공위성을 만들게 될 것이다. 명왕성 탐사 위성의 이름을 '새로운 지평선'을 개척한다는 의미의 '뉴호라이즌스'로 지은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우주 탐사를 준비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준비하기에 지금이 가장 최적의 시기가 아닌가 싶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