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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마저 '방역심리' 식었다…갈피 못잡는 정부 소통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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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마저 '방역심리' 식었다…갈피 못잡는 정부 소통이 문제

입력
2020.11.23 22: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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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로감 방역 수칙 느슨해진 국민들
중대본·방대본·중수본 다른 목소리 혼란 가중
"일관된 메시지 전달, 인적 쇄신 등 고려해야"

경기 용인시는 지역 키즈카페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23일 관내 어린이집 865개소에 휴원 명령을 내리면서 용인시청 상록어린이집에도 휴원 안내문이 붙어있다. 맞벌이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긴급보육은 계속 실시된다. 연합뉴스

경기 용인시는 지역 키즈카페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23일 관내 어린이집 865개소에 휴원 명령을 내리면서 용인시청 상록어린이집에도 휴원 안내문이 붙어있다. 맞벌이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긴급보육은 계속 실시된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에는 의료기관 근무자들이 회식도 안 했어요. 병원에서도 각자 자기 방에 앉아 온라인으로 회의했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의사들이 ‘직원이 자가격리됐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의료진도 경각심이 떨어져 모임을 갖고 있어서죠. 코로나19 초기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서울의 한 감염내과 전문의가 23일 전한 최근 의료계 분위기다. 환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환자에게 옮길 수도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누구보다 감염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주의하는 직군이다. 이들이 각종 백신의 우선접종 대상자인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이들조차 코로나19에 무뎌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방역 경각심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를 살릴 때 필요한 ‘소비심리’처럼 ,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방역심리’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엇박자 내는 각각의 방역주체

많은 국민이 10개월 넘게 이어져온 코로나19 방역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하기, 사람 많은 곳 피하기 등 감염을 줄이려는 노력도 전보다 느슨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과 헷갈리는 소통 방식이 이런 ‘방역 불감증’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국민의 신뢰를 많이 얻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이 너무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정세균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대본에서는 숙박·공연·외식 등 소비 쿠폰을 지급하며 경제 살리기를 강조해왔지만 정은경 청장이 본부장인 방대본에서는 모임 자제 등 방역 강화에 무게를 뒀다.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 선까지 일상을 회복해도 될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세세한 방역 수칙을 얘기하기 보다 혼재하는 메시지를 정돈해 제대로 소통해야 한다”며 “국민의 ‘방역심리’가 살지 않으면 방역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여행·외식 등에 할인권을 지급하는 '소비 쿠폰'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이동하는 모습. 배우한 기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여행·외식 등에 할인권을 지급하는 '소비 쿠폰'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이동하는 모습. 배우한 기자

정부가 국민뿐 아니라 방역 전문가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방역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중수본이나 중대본은 생활방역위원회와 일부 자문위를 빼고는 감염병 전문가들과 소통이 많이 끊어진 상태”라며 “전반적으로 전문가들 의견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늘 같은 사람이 방역 강조하면 효과 떨어져"

국민에 심각성을 알리려면 정부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하는 소통에는 말로 하는 언어적 소통과 정책, 제스처, 분위기 등 비언어적 소통 두 가지가 있는데, 이 중 비언어적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언급하는 등 사안의 중대함과 심각성을 강조해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방역심리를 살리기 위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일일 신규 환자가 50명에서 100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중수본이 확산을 끊기 위한 대책을 내놨어야 했지만 실기해 유행으로 번진 측면이 있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또 늘 같은 사람이 ‘마스크 써라’ ‘모임 갖지 말라’고 하면 국민도 심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중수본 주요 책임자를 교체해 신선한 경각심을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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