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점으로 향했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외진 마을 작은 국숫집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다. 한두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다녀간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고기리막국수’ 얘기다.
9년 전만 해도 하루에 고작 한 그릇 팔던 국숫집이 코로나19 속에서 연 매출 30억원을 넘긴 비결이 뭘까. 이 국숫집을 운영해온 김윤정씨가 최근 책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다산북스 발행)를 통해 답을 내놨다.
책에서 그는 ‘기본’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맥 빠지는 모범답안 같지만 국숫집을 운영하며 쌓인 그의 생생한 경험과 생각들이 설득력 있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막국수 맛의 본질을 찾기 위해 수백여 곳의 막국숫집을 다닌 사연이나 한 가지 메뉴를 고집해온 배경도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다. 기본은 진심을 다했을 때 갖춰진다고 그는 역설한다. “화려한 광고나 마케팅 전략으로 손님의 눈과 귀를 잠시 사로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손님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심을 다해야 했습니다.”
이를테면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음역대가 넓지 않은 피아노곡을 선택한다거나, 조도와 온도에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고급호텔 같은 화장실을 갖추고 청결과 위생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점 등이다. 줄 서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외부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앱으로 대기시간과 순번을 정해 답답함도 덜어준다. 그는 “사람들 입에서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데는 실제 음식 맛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자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손님에게는 맛보다 맛있게 먹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똑같은 음식이어도 상황과 분위기,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손님을 중심에 둔다지만 음식점에서 의도치 않은 오해와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긴 대기 시간과 주차 문제에서부터 손님 신발이 사라지고, 아이가 큰 소리로 휴대전화 동영상을 틀어놓는 등 음식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 대처법도 소개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공감의 말이었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역시 불안했을 터. 그럴 때일수록 기본을 되새긴다. “코로나 이전처럼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이미 아는 가게를 방문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찾아주시는 손님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허기를 달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가게’를 찾는 이유는 ‘신뢰’에 있었습니다. 지치고 두려운 상태에서도 찾아주시는 손님 한분 한분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식당의 존재 이유임을 다시 새깁니다.”
그 역시 문을 닫는 음식점이 늘어가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도 크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다. “모두가 비대면의 시대를 말하지만 비대면이 강조될수록 대면의 욕구는 강해지고, 좋은 대면 경험이 주는 느낌은 강렬해집니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복감을 전하는 매개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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