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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종주국의 치욕" 주장...中, ‘절임 채소’ 파오차이로 국제표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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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종주국의 치욕" 주장...中, ‘절임 채소’ 파오차이로 국제표준 경쟁

입력
2020.11.29 14:32
수정
2020.11.29 19: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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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파오차이, 국제표준(ISO) 인증 통과
막대한 내수 기반,?국제시장 석권 자신
"한국 수입김치의 99%는 중국산" 부각
김치, 앞서 2001년 '국제식품규격' 채택


중국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 인증을 받았다. 파오차이는 통상 김치로 번역되는 중국의 ‘절임 채소’다. 이에 맞춰 한국 김치시장의 만성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중국의 자부심을 뽐냈다.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원조 경쟁이 한복, 동요에 이어 전통 음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中, “김치 종주국 한국의 치욕”

순천농협 남도식품 김치 공장에서 지난 9월 수출용 김치 가공작업이 한창이다. 순천농협제공

순천농협 남도식품 김치 공장에서 지난 9월 수출용 김치 가공작업이 한창이다. 순천농협제공


중화망 등 중국 매체들은 29일 “파오차이가 24일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투표를 만장일치로 통과해 중국의 6번째 국제식품 표준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쓰촨성 주도로 2011년 파오차이 협회를 결성해 세를 불린 뒤 2017년 ISO에 도전해 거둔 성과다. 지난해 3월 인도, 터키, 이란, 세르비아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제표준에 대한 1차 투표를 시작한 이래 1년 8개월이 걸렸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를 앞세워 세계시장 석권을 자신했다. 파오차이는 진입장벽이 낮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이윤이 높지 않지만, 중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고 중국 전역에 수요가 많아 산업으로서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김치 자급률이 낮고 대중 의존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김치 수입량이 수출량의 10배가 넘고,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산이라는 것이다. 한국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40% 급등해 중국 김치를 앞다퉈 들여오느라 중국산 가격이 33% 올랐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또 한국 언론을 인용,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라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파오차이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 한국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세계 각국은 앞으로 중국의 표준에 따라 파오차이를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치, 2001년 ‘국제식품규격’ 인증…고온살균 파오차이와 달라

용기에 담겨 있는 중국 절임 채소 파오차이. 김치와 마찬가지로 발효식품이지만 고온살균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저온 숙성으로 담그는 김치와 제조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펑파이

용기에 담겨 있는 중국 절임 채소 파오차이. 김치와 마찬가지로 발효식품이지만 고온살균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저온 숙성으로 담그는 김치와 제조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펑파이


이처럼 중국이 김치 종주국 한국을 꺾은 것마냥 고무돼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김치가 국제표준이 된 것은 19년 전이다. 파오차이가 뒤늦게 표준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우리 정부는 즉각 중국 언론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이 제안해 'ISO 24220 파오차이 규격 및 시험방법' 국제표준이 제정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김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일본 ‘기무치’를 누르고 ‘Kimchi’라는 영문 명칭이 국제적으로 공인됐다. CODEX 인증을 받으면 상대국이 비관세장벽으로 수출을 제한할 수 없고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CODEX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운영하는 정부기구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가 부여하는데 한국 김치에 이어 고추장(2009년), 인삼(2015년) 등이 국제규격으로 등재돼 있다. 반면 비정부기구인 ISO 인증은 주로 공산품에 적용된다.

파오차이는 90~95도 고온에서 30분간 살균과정을 거친다. 자연히 유산균이 거의 없다. 저온에서 숙성하는 김치와 제조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같은 차이점을 무시한 채 중국은 과거 미생물 함유량을 문제 삼아 김치 수입을 제한해왔다. 결국 김치가 CODEX 인증을 받고서야 시장을 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김치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이와 달리 기무치는 발효음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치ㆍ파오차이와 구별된다.

외교 소식통은 “파오차이가 국제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한국 김치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들어 각종 ‘원조’를 자처하며 한국을 교묘하게 억누르고 있다. “한복은 중국 전통의상”이라며 억지를 부렸고, TV에서 동요 ‘반달’을 조선족 민요로 소개해 중국 노래로 둔갑시켰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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