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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찌르고 굶기고... 인니·말레이 갈등 부른 노동자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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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찌르고 굶기고... 인니·말레이 갈등 부른 노동자 학대

입력
2020.11.30 16:00
수정
2020.11.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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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고용주의 인니 노동자 학대 잇따라
둔기·흉기 폭행 및 고문, 사망 사고도
인니 정부, 말레이 강력 비난 성명 발표

주주씨가 말레이시아로 돈 벌러갔다가 폐결혁으로 숨져 현지에 묻힌 동생 루리씨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콤파스 캡처

주주씨가 말레이시아로 돈 벌러갔다가 폐결혁으로 숨져 현지에 묻힌 동생 루리씨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콤파스 캡처

이주 노동자 학대 사건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외교 분쟁거리로 떠올랐다. 양국은 역사적으로 영토 분쟁, 문화적으로 원조 논쟁을 이어온 앙숙으로 '동남아의 한일 관계'라 불릴 만하다. 노동자 문제도 고질적인 갈등 요인이다.

30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최근 말레이시아 고용주의 지속적인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 학대를 강력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당국이 고용주 감독 및 이주 노동자 보호, 가해 고용주에 대한 엄격한 처벌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벌어진 자국 이주 노동자의 학대 사건에 발끈했다. 가사도우미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인 피해자 A씨는 말레이시아 고용주로부터 갖은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돕는 시민단체는 "고용주가 A씨를 둔기로 때리고, 흉기로 찌르고,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고, 음식도 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A씨를 구출해 병원에 입원시키는 한편 고용주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 학대 문제는 이전에도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을 유발했다. 2018년엔 집밖에서 자고 식사도 제때 제공받지 못하는 등 말레이시아 고용주로부터 한 달 넘게 학대 및 폭행을 당한 21세 여성 가사도우미가 숨졌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법원이 해당 고용주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인도네시아가 분노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노동자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같은 해 말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 두 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말레이시아 숲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역시 고용주에게 학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엔 임금체불과 폭행에 시달리던 루리(25)씨가 폐결핵으로 숨졌으나 돈이 없어 귀국하지 못하고 말레이시아에 묻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5월 만료된 양국 간 노동자 배치 및 보호 협정 갱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으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3배 가까이 많고 언어가 비슷한 말레이시아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인도네시아 노동자 대상 학대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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