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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의장 자리가 뭐길래... 왜 중국ㆍ러시아ㆍ사우디가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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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의장 자리가 뭐길래... 왜 중국ㆍ러시아ㆍ사우디가 안절부절?

입력
2020.11.30 17:15
수정
2020.11.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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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TO 이어 유엔인권이사회까지 정쟁의 장
피지 vs 바레인… 인권 문제 대하는 방식은 정반대
"인권 침해 역사 가진 의장은 국제인권 후퇴 이끌것"

201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 법무장관 연설을 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201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 법무장관 연설을 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인류의 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국제기구는 국제사회 대표성이나 명분을 쥔다는 점에서 주도권 다툼의 투쟁장이 되기도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유엔인권이사회 재가입을 공언한 가운데, 유엔인권이사회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인권 탄압국’들이 일제히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국가를 의장국으로 내세우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 선출은 연례적으로 합의에 의해 조용히 이뤄져 왔다”며 “하지만 올해 의장국 선거는 예상치 못하게 강대국들의 대리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남미, 동유럽 등 5개 권역이 돌아가며 합의하에 의장국을 맡는 관행에 내년 의장 후보는 나자트 샤밈 칸 주제네바 피지 대사가 유일했다. 하지만 후보 등록 마감 사흘 전 바레인이 갑작스레 출마를 선언하며 내분이 빚어졌다.

지구촌 인권 수장을 자처하고 나선 피지와 바레인이지만 두 국가는 인권 문제를 대하는 온도차가 크다. NYT는 “피지는 지난 2년간 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 벨로루시, 시리아, 예멘 등 많은 나라의 인권 침해 상황 조사에 적극 동참해 왔다”고 전했다. 반면 바레인은 자국 내 인권 탄압의 정황이 심각해 2018년 이사국 선정 당시에도 국제 인권단체의 큰 반발을 샀다. 또 바레인은 올해 이사국 도전에 실패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한 홍콩 국가보안법 지지 성명에 공동 명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인권결의 채택에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 시리아는 즉각 바레인을 환영하고 나섰다. 유니버설 라이츠 그룹(URG) 측은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복귀하는 것을 곁눈질하고 있다”며 “그들은 지금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느낀다”고 각국의 불안감을 전했다. 반면 마샬 군도와 반(反)사우디 기조의 카타르 등은 피지 외의 입후보를 거부한 상태다.

국제기구 수장 선출에 있어 자국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서로 교환 지지를 약속하는 ‘표 주고받기’ 관습은 새로운 게 아니다. 특히 최근 자국우선주의 강세로 국제기구는 잡음이 끊이지 않아 왔다. 감염병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해온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중 신경전 속에서 만신창이가 됐다. 세계 다자무역의 균형자 역할을 해왔던 세계무역기구(WTO)도 패권 다툼에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전격 사임했으며 차기 수장 선출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유엔인권이사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민족·인종 갈등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지며 인권 제재 중요성이 높아졌음에도 내부 알력 다툼에 인권은 뒷전이 됐다는 비판이다. 아랍권 뉴스통신 ABNA는 "지난 2년간 바레인은 인권 침해를 은폐하기 위해 노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사회 회원 자격을 이용해왔다"며 "그런 국가가 의장을 맡게 되면 유엔인권이사회는 더욱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 역시 "의장은 이사회의 방향을 결정하고 각국 인권 문제에 강한 제재를 가할지 결정하는 자리"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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