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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반발 거세지자, 추미애 '원군'처럼 침묵 깬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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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반발 거세지자, 추미애 '원군'처럼 침묵 깬 文대통령

입력
2020.11.30 21: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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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공직자들에게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를 주문했다. 수신자를 '모든 공직자'로 뒀지만, 검찰 개혁을 명분 삼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고사(枯死) 작업에 반발하는 검찰 조직을 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개혁" "혁신"을 강조하며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라"고 주문한 것도 검찰의 집단 저항을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한 지 엿새 만에 나온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결과적으로 '추미애표 검찰 개혁'에 거듭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사익 아닌 공익을 봐야" "관행 버려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며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윤 총장 조치 철회'를 추 장관에게 요구하는 검찰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와중에 나왔다. 문 대통령이 검사들의 반발을 검찰 개혁을 부정하는 '조직 이기주의'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일선 검사들이 정치에 경도되는 듯한 모습에 제동을 건 것으로도 풀이됐다. '검찰의 본업, 즉 범죄 수사에 충실하라'는 경고라는 것이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진통 따르더라도…" 秋 손 들어준 文?

문 대통령은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라"고도 했다. 이는 '검찰 개혁과제를 끝까지 완수하라'는 추 장관을 향한 주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라는 대목에서는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의 소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잡음은 불가피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24일 직무 배제·징계 처분 조치를 내린 후 엿새간 침묵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의 임면권자로서 문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끝내 입장을 낸 것은, '문 대통령의 침묵은 추 장관에 대한 지지'라는 해석이 굳어진 상황에서 '침묵 프레임'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靑 "추ㆍ윤 겨냥 아냐... 모든 국정 포괄"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에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며 "'모든 공직자', '모든 국정 분야'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 거취와 관련한 결론이 나기 전 관련 언급을 하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문 대통령의 원칙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여러 위기 요인이 있는 만큼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당부 메시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코로나 위기'를 지칭하는 표현이 없었다는 점, 최근 별다른 공직 기강 해이 사건이 없었다는 점 등은 청와대 설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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