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라이프 고스 온'으로 1위
"인종 차별 뿌리 둔 서구 음악 산업 뒤집어"?
'음악은 언어를 초월한다' 해시태그 물결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한국어 노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주요 인기곡 차트인 '핫100' 정상에 올랐다.
"한국어 노래 핫100 1위 62년 만에 처음"
30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비(BE)'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핫100 1위를 차지했다. 한국어 노래가 정상에 오르기는 이 차트가 생긴 지 62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지난 9월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같은 차트 1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이 곡은 모든 가사가 영어로 된 노래였다.
핫100은 온라인 재생(스트리밍)과 음원 다운로드 그리고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보여주는 차트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이 팬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 노래 한 곡에 순위를 매기는 핫100은 보다 대중적인 인기 지표로 여겨진다. 그만큼 비영어권 가수가 영어가 아닌 제3세계 언어로 부른 노래로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 스페인어 노래 '마카레나'(1996) 등이 이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적 있지만, 비영어곡이 1위에 오른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엔 방탄소년단 팬들이 비영어권 노래 1위를 자축하며 올린 '음악은 언어를 초월한다'는 뜻의 영문 해시태그(#MusicTranscendsLanguage)가 굴비 엮이듯 올라왔다.
외신들도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미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성과에 주목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이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뿌리를 둔 서구 음악 산업을 뒤집어 엎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따뜻한 보컬 하모니가 도드라지는 이 곡은 어려웠던 한 해에 대한 힐링 트랙"이라며 주목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노래해 일군 반전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방탄소년단이 핫100 1위에 오른 것은 미국에서 커진 그룹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공고한 10~20대 팬덤을 기반으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화두를 던져 보폭을 넓힌 게 커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에서 청춘을 화두로 내세워 10~20대를 매료했다면, 올해 낸 '다이너마이트'에선 미국인들에 친숙한 디스코풍 멜로디로 다양한 세대의 귀를 사로 잡았고, '라이프 고스 온'에선 코로나19 극복 메시지로 공감의 폭을 넓힌 게 시장에서 커진 파괴력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의 '비'는 코로나19시대를 사는 이들에 바치는 앨범이다. 방탄소년단은 흥겨운 디스코풍 '다이너마이트'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함을 지우려하고, '라이프 고스 온'에서 "멈춰있지만 빛은 또 떠오르니깐"이라 노래하며 희망을 준다. 특정 세대를 넘어 시대를 노래('라이프 고스 온')한 것이 이번 성과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비지스 이후 42년 만에 최단 기간" 3위엔 '다이너마이트'
방탄소년단이 핫100 1위에 이름을 올리기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제이슨 데룰로 '세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10월) 등에 이어 세 번째다. 단 석 달 만에 이룬 성과로, 방탄소년단은 호주 유명 록밴드 비지스 이후 42년 만에 최단 기간 핫100 3회 1위란 기록도 세웠다. 앞서 비지스는 1977년 12월24일부터 1978년 3월18일까지 2개월 3주 만에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 '스테잉 얼라이브', '나이트 피버'로 연달아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는 "신곡을 공개한 첫 주에 두 번 1위를 차지한 그룹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공개된 '다이너마이트'는 이번 차트에서 3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비'로 빌보드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 1위를 모두 휩쓸었다. 두 차트 동반 1위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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