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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거르고, 14시간씩 배송...택배기사 "수수료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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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거르고, 14시간씩 배송...택배기사 "수수료 올려야"

입력
2020.12.01 17:4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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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42% 성수기 14시간 이상 일해
법정 근로시간보다 최대 6시간 더 근무?
점심식사 포함 휴게시간 30분 미만?
2002년 1200원이던 수수료 작년 800원으로


한 택배기사가 11월 13일 서울 시내 택배 물류센터에서 배송 준비를 하다 화물차 짐칸에 걸터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다. 뉴스1

한 택배기사가 11월 13일 서울 시내 택배 물류센터에서 배송 준비를 하다 화물차 짐칸에 걸터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다. 뉴스1

택배기사 10명 중 4명은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요즘 같은 성수기에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일주일에 하루만 점심식사를 할 뿐 끼니를 거르며 일했고, 이마저도 주로 업무용 차 안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대형 택배회사 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여건 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CJ, 롯데, 한진, 로젠택배 4개사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10월 21일~11월 13일 사이에 실시됐다. 올 들어 택배기사 10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에서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응답자의 약 90%는 10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고, 특히 성수기에는 하루 '14시간 이상(41.6%)' 일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과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일명 '까대기(분류 작업)'는 하루 작업 시간의 5시간 이상을 차지한다는 응답(성수기 62.6%, 비성수기 44.3%)이 가장 많았다.

일반 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이 하루 최대 8시간임을 고려하면 택배기사는 적게는 2시간, 많게는 6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일해도 근로시간에 대한 법적 제약이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택배기사는 성수기에 주 6일 일한다는 응답(84.9%)이 가장 많았고, 7일 내내 일한다(12.4%)는 경우도 10명 중 1명꼴로 나왔다.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의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의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기사들은 늘 끼니를 거르며 배송에 쫓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주 평균 점심식사 횟수는 '주 1일 이하'가 41.2%로 가장 많았고, 이마저도 주로 '업무용 차량 내에서 해결(39.5%)'하고 있었다. 10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점심식사를 포함한 휴게시간은 '30분 미만(88.8%)'에 그쳤다.

택배기사들은 배송이 늦어질 때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쉴 틈 없이 일에 쫓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택배기사들은 지연 배송 때문에 얻는 불이익(복수응답)으로 △차기 계약 불이익(37.0%) △배송 관할 구역 재배치(21.0%) △손해배상 (13.0%) △배송 수수료 삭감 (4.7%) 등을 꼽았다. 택배기사들의 77.7%는 배송 물량이 폭증해도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밤 늦게까지 "본인이 모두 배송을 마친다"고 답했다.

택배기사들은 '배달 수수료 인상(31.4%·복수응답)'을 가장 시급한 개선 사항으로 지적했다. 현재 건당 800원 내외인 수수료가 너무 낮아 일정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을 배송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택배사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가격은 2002년 평균 3,265원에서 2019년 2,269원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택배기사에게 전가됐다. 택배비 중 기사들이 가져가는 배송수수료가 같은 기간 1,200원에서 800원으로 급락한 것이다. 고용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12일 내년 상반기까지 택배가격 구조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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