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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쓰레기 위기 사회' 임박...분리배출 제대로 해야 막는다

입력
2020.12.02 20: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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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 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 외곽의 폐기물 선별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금호자원 직원들이 재활용이 가능한 생활폐기물을 골라내고 있다. 고양=배우한 기자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 외곽의 폐기물 선별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금호자원 직원들이 재활용이 가능한 생활폐기물을 골라내고 있다. 고양=배우한 기자

지난 2018년 4월 중국의 수입금지로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수입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던 폐비닐 대란은 우리나라 자원순환체계의 위기를 드러냈다. 정부는 대형마트 비닐사용금지, 비닐류 생산자책임제도(EPR) 확대 등 후속대책을 내놓았지만 이후에도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국민 1인당 하루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종이, 플라스틱, 유리, 금속)은 1.0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41㎏ㆍ2016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단위면적당 발생량은 미국의 7배, 독일의 1.4배에 달한다. ‘쓰레기 위기 사회’가 목전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1인 가구의 증가, 배달산업 발달 등 생활상의 변화로 생활폐기물 배출이 날로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초 발생한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생활폐기물이 크게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1~8월 생활폐기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다. 플라스틱은 14.6%, 비닐은 11% 늘었다.


쏟아지는 생활폐기물…선별조차 안되는 폐기물 40%

“지난 8월 중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이래 지금까지 직원들이 연장근무를 하지 않은 날이 없어요. 토요일까지 일한 주도 적지 않아요.”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외곽의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인 금호자원. 이곳은 서울 서대문구, 동작구, 강서구, 성북구, 강동구 등 수도권 주요 지자체의 단독주택ㆍ상가에서 나온 재활용폐기물을 용도별로 선별하는 작업장이다. 하루 폐기물 100~150톤을 처리하는 큰 규모의 선별장이다. 이 회사 안소연(49) 대표는 “체감상 30~40%는 증가한 것 같다”며 “바쁘다”는 말을 연발했다.

선별장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쓰레기 특유의 들큰한 냄새가 풍겨왔다. 폐기물 반입반출의 피크(peak)타임은 통행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지만, 정오가 가까워졌는데도 이곳은 분주했다. 폐기물을 부려놓는 중형트럭, 플라스틱ㆍ유리병 등 선별된 재활용 폐기물을 재가공 업체로 실어 보내는 대형트럭, 작업장에 쌓이는 폐기물을 이리저리 옮기는 지게차들이 정신 없이 오갔다. 산처럼 쌓여가는 쓰레기 봉투에서 작업자들이 대형 스티로폼, 파지 등을 골라내자 남은 쓰레기 봉투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3층 높이의 선별작업장으로 보내졌다. 이 봉투들은 작업장의 컨베이어 라인을 따라 이동했는데 10여명의 작업자들은 라인에 바짝 붙어 빠른 손놀림으로 비닐, 페트병, 세제병, 일회용 도시락 용기, 맥주캔 등 유가(有價) 폐기물을 골라낸 뒤 이를 오차 없이 분류통 안으로 던져 넣었다.

선별장은 각 가정이 분리배출한 폐기물들이 모이는 곳. 그러나 슬리퍼, 고무장갑, 우산, 양파망 등 종량제 봉투에 담겨야 할 폐기물들을 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30년 경력의 작업반장 김모(64)씨는 “기저귀, 주사바늘이 달려 있는 수액포장비닐, 벽돌, 어떤 때는 볼링공까지 작업대로 올라온다. 올해는 마스크가 끊임 없이 섞여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놓는다고 모두 재활용이 되는게 아니다. 고추장이 묻은 라면봉지, 펌프가 달린 샴프 용기, 칫솔, 빨대 같은 물건은 재활용도 재가공도 불가능하다. 샴프 용기나 칫솔처럼 여러 플라스틱 재질이 혼합된 제품이거나 한 눈에 재질을 분별할 수 없는 빨대 같은 제품은 사람이 일일이 골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시간에 맞춰 그 날 분량을 선별해 내지 못하면 다음 날 분량이 들어오지 못한다”며 “하루라도 생활폐기물을 못 받으면 지역마다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으로 반입되는 폐기물 중 절반 가량은 잔재폐기물로 분류돼 파쇄업체로 톤당 13만원 안팎에 팔려간다. 금호자원의 경우 지난 3개월 동안 반입량의 40%가 잔재폐기물로 반출됐다. 파쇄된 잔재폐기물은 시멘트 제조를 위한 열원 등으로 쓰인다. 선별률이 이처럼 낮은 건 이 선별장이 상가, 개인주택 등 ‘혼합배출’을 하는 지자체 폐기물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분리배출제가 정착된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의 폐기물과 이곳에 모이는 폐기물의 성상(性狀)은 꽤 다르다. 제대로 된 분리배출로 선별률을 높이는 작업이 원활한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지상과제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있는 즉석면 용기, 음료수병이 우겨 넣어져 있는 통조림 캔 등 분리배출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생활폐기물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배우한 기자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있는 즉석면 용기, 음료수병이 우겨 넣어져 있는 통조림 캔 등 분리배출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생활폐기물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배우한 기자


선별률 높여줄 품목별 배출제...코로나 여파로 시행 미뤄져


환경부에 따르면 재활용 폐기물 중 단독주택ㆍ상가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전체의 40%에 이른다. 단독주택의 혼합배출 문제에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일단 특정 요일에 투명 페트병만을 내놓은 ‘품목별 배출제’를 시행(아파트 7월, 개인주택 내년 1월)하려 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주민들과의 협의 및 홍보가 늦어지면서 시행시기를 늦췄다. 아파트는 올해 12월부터, 개인주택은 내년 12월부터 시행된다. 반성태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은 “새로운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단체들 간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인데, 코로나 사태로 올해 내내 대면 회의를 못하게 되면서 결국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주택에서 시행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자치구들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한 자치구의 재활용활성팀 관계자는 “이 제도를 홍보는 하고 있지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아는 주민은 10%도 안되는 것 같다”면서 “내년 말 단독주택에 시행된다 해도 주민들이 바로 수용하기 힘든 만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혼합배출의 선별률을 높일 방안에 대해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500~1,000세대마다 단독주택가 거점지역에 적정한 규모의 분리배출 공간인 ‘재활용 동네마당’ 설치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선별률을 떨어뜨리는 압축ㆍ압착 수거용 차량의 사용 금지도 시급하다. 일부 지자체들은 수거의 신속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생활폐기물을 압축해 수거하는 차량을 운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리병 등 적재된 폐기물들이 뒤엉키거나 파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선별장에서의 선별률을 낮추는 원인이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수집ㆍ운반 차량 1만2,776대 중 압축ㆍ압착차량은 4,117대(2018년 기준)로 전체 32%이나 된다. 반성태 팀장은 “서울 각 자치구에서도 새로 도입한 압축ㆍ압착 차량이 있는 경우 내구연한까지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부득이한 경우 압축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정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에서 운행 중인 압축ㆍ압착차량은 134대다.


코로나 충격에 저유가까지…흔들리는 재활용 업계

코로나19의 직간접적인 여파는 생활폐기물 급증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소비 위축으로 재생원료 시장도 크게 움츠러 들었고, 재활용 산업계도 흔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저유가 국면이 이어지면서 생산자들은 재생원료보다 신재료를 선호하고 있다. 플라스틱 원료가 석유이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면 신재료 가격도 떨어지는데, 이는 영세한 재활용 업체들에게 타격을 준다. 국내 재활용업체 중 총매출액이 1억원 미만인 업체가 71.1%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충격은 재활용 업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영세한 재활용업체가 흔들리면 ‘배출-수거-선별-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재활용폐기물의 순환구조는 끊어질 수밖에 없다.

수거된 페트병을 세척ㆍ분쇄해 충진재(衝振材ㆍ인형, 완구, 시트 등의 내장재)로 만드는 경기 김포 소재 페트병 재활용 업체인 준영산업은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 월 300톤에 달했던 미국과 유럽 수출시장이 막혔다. 이 회사 맹성호(63) 대표는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의 반토막이 됐다”면서 “각국이 하반기 봉쇄를 풀면서 수출에 조금 숨통이 트였지만 올해 매출은 지난해 70% 남짓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재생원료의 가격이 신재료보다 30%가량 낮아 경쟁력이 있었는데 저유가로 최근 신재료들이 덤핑으로 판매되고 있다”면서 “재생원료 사용의무화제도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재생원료 30% 사용목표를 선정한 것처럼 지자체별로 발생 폐기량에 따라 재활용 제품을 구매ㆍ사용하는 의무제를 2022년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법 개정이 관건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도록 재생원료의 품질이 높아져야 한다”면서 “재질-색상-적은 이물질의 3박자가 맞는 고품질의 재생원료 생산을 위해서는 분리배출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쓰레기 배출 양을 줄이면서 쓰레기를 자원으로 이용하는 자원순환 사회로 향하는 첫 걸음이 바로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는 일인 셈이다.


선별장에서 걸러지지 못해 압축된 채 쌓인 잔재 폐기물 더미. 재활용이나 재가공 없이 파쇄돼 시멘트 공장 등의 연료로 사용된다. 배우한 기자

선별장에서 걸러지지 못해 압축된 채 쌓인 잔재 폐기물 더미. 재활용이나 재가공 없이 파쇄돼 시멘트 공장 등의 연료로 사용된다. 배우한 기자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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