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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 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수도권매립지 사용연장을 둘러싼 수도권 지자체 간 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가 2015년 6월 환경부와 수도권 시도 간 맺었던 ‘4자 합의’를 제각각 해석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시 4자 합의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을 전제로 3-1매립장(103만㎡)을 추가사용하되, 사용이 끝난 뒤에도 대체 매립지를 구하지 못하면 매립지 잔여부지의 15% 범위(106만㎡) 내로 추가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2018년 9월부터 매립이 시작된 3-1매립장은 현재 30% 가량 채워졌다.
2025년 8월 이후 더 이상 서울ㆍ경기의 폐기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인천시는 당시 단서조항이 부수적인 조항이었고 합의이행의 전제조건이 지켜지지 않아 구속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흥석 인천시 교통환경정책관은 “추가사용을 위해선 7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 이관이 이뤄지지 않는 등 3개 조건이 충족 안됐다”면서 “서울, 경기, 인천이 스스로 매립지를 찾는게 답”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2024년까지 웅진군 영흥면에 소각재만 묻는 자체 매립지인 ‘에코랜드’를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인천시가 합의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어용선 서울시 폐기물정책팀장은 “당시 합의에 따라 청라지구 매각 대금 등 1,659억원을 인천시에 지원했으며 반입수수료 50%가산분을 지급하고 있다”며 “당시 합의문은 계약서와 같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인천시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임양선 경기도 자원순환과장은 “미흡한 점은 있겠으나 경기도는 지난 5년간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4자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로 구성된 대체매립지확보 추진단은 일단 인천을 빼고 대체 매립지 공모를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불과 5년 앞으로 다가온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선 수도권 3개 시도가 소모적 감정싸움을 피하고, 자구 노력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부원장은 “아무리 폐기물을 잘 처리한다 해도 매립지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져 있어야 한다”며 “서울과 경기는 소각장 건립 등 친환경 매립 환경 조성을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한 뒤 인천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갈등이 중첩돼 있어 인천시의 조치가 옳으냐 그르냐 따지는 쪽으로 가면 문제를 풀 수 없다”면서 “소각장 입지선정위를 만든 서울시도 속도를 좀더 내고 경기도도 역시 소규모라도 매립지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등 직매립을 안해도 되는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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