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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조 예산심사, 3명이 ‘밀실’서 주물렀다... 與 약속 공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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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조 예산심사, 3명이 ‘밀실’서 주물렀다... 與 약속 공수표

입력
2020.12.04 04:30
수정
2020.12.04 08:52
8면
0 0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1. “돈을 많이 주셔도 쓰기가 어렵습니다.” 지난달 5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이하 예산소위). 지하철 1호선을 경기 동두천역에서 연천역까지 연장(20.8㎞)하는 사업 예산(정부안 460억원)을 늘려야 한다는 국회의 주장에 국토부는 이같이 답했다. 올해 9월 말 이 사업의 예산현액(올해 예산+이월액) 354억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이 154억원(43.5%) 수준에 그쳐서다. ‘원안 유지’로 국토위를 통과한 예산안은 예결특위를 거치며 슬쩍 불어났다. 22억을 보탠 482억원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2. 경기 양주시는 지난 3월 경기 북부(고양~양주~의정부) 교외선 재개통의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사업 추진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라, 정부안에는 예산이 없었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에 따라 국비를 투입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통과시킨 예산안에는 ‘교외선 운행 재개’라는 새 비목으로 40억원이 반영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3일 “(교외선 개ㆍ보수 비용에 대한) 국비 부담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양주시는 그의 지역구다.

여야는 2일 558조원 규모의 새해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며 “6년 만에 법정시한(12월 2일)을 준수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국회가 초슈퍼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은 ‘밀실 깜깜이’ 그 자체였다. 여야는 예결위 공식 회의가 아니라 예결위원장과 여야 예결위 간사만 참여하는 비공식 ‘3인 협의체’에서 조(兆) 단위의 예산을 늘리고 깎았다. 초법적인 예산 심사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예결위 개혁'을 부르짖던 민주당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8兆 증액… 그 이유는 ‘3人’만 알고 있다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하며 1,000여개 사업에서 총 8조1,000억원을 늘렸다. 하지만 세부 과정은 ‘깜깜이’였다. 정부안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깎고, 다른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 넣는 작업은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한다. 그런데 회의록을 남기는 예산소위에서 증액 논의는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16~23일 6차례 회의를 열고도 감액 심사가 끝나지 않자, 감액 보류 사업과 증액 심사를 모두 ‘소(小)소위’라 불리는 비공식 협의체로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정성호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박홍근(민주당)ㆍ추경호(국민의힘) 의원이 밀실에서 예산을 좌지우지한 셈이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비공식 회의라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 결국 3인만 모든 걸 알고 있는 셈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간사인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간사인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실제 국회 심사에서 정부안보다 50억원 이상 증액된 도로ㆍ교통 사업 24건 중 7건은 증액 과정이 석연치 않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을 인천 청라국제도시까지 연결하는 사업(정부안 223억원)은 국토위 논의 당시 ‘원안 유지’로 합의됐다. 일부 의원이 228억원 증액을 요구하자, 국토부가 “집행 가능성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결국 87억원 증액됐다.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천시를 잇는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사업 또한 “늘 이월되는 구간”이라는 정부 의견에도 최종안에선 140억원 늘었다. 국회 관계자는 “통상 상임위 예비심사 단계 때 ‘증액’ 의견은 구속력이 없어 정부도 의원들의 증액 요구를 수용하는 편”이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증액에 난색을 표한 건 돈을 더 줘도 집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당초 정부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예결위를 거치며 예산안에 반영된 국회발 신규 사업(417개ㆍ1조900억원) 중에도 문제적 사업이 많다. 경기 광주 하남~장성 삼계 광역도로 개설 사업은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20억원이 신규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추진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예산부터 반영된 셈이다.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ㆍ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등 5개 산단 진입 도로를 확장하는 사업 또한 실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는데 42억원이 편성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 추진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 추진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밀실’ 심사 개혁하겠다더니… ‘공수표’ 날린 與

결정적 문제는 여야 모두 이 같은 ‘밀실’ 심사 관행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당초 민주당은 21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내세우며 “소소위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 초안에는 소소위 회의록을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회의록이 공개되면 누가, 어떤 이유로 증액을 요청했는지, 정부가 동의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모두 빠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막판 논의 과정에서 예산 심사 관련 내용이 모두 빠진 것으로 안다”며 “의원들 대부분 소소위가 ‘나쁜 관행’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회의록 공개는 껄끄러워 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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