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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美 제약사인데… 영국이 백신 승인 더 빨랐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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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美 제약사인데… 영국이 백신 승인 더 빨랐던 이유는?

입력
2020.12.03 09:36
수정
2020.12.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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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데이터 분석 등 승인 검토 차이
브렉시트 영향 주장도
트럼프에겐 '최악의 악몽'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면서, ‘왜 영국은 빨랐고, 미국은 늦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속한 백신 개발ㆍ보급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던 와중에 자국 기업이 개발한 백신 승인 경쟁에서 한발 늦으면서, 영국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긴 모양새가 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두 나라의 백신 승인 검토 절차 차이가 이번 승인 결정 속도를 갈랐다고 봤다. NYT에 따르면, 미국 규제당국의 경우 수천 장의 관련 서류를 꼼꼼히 점검하는 등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원 데이터(raw data)를 공들여 다시 분석한다. 제약사가 낸 보고서만 읽지 않고 임상시험 데이터를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엄격한 검토라는 측면에서 미국은 ‘아웃라이어(다른 대상과 확연히 구분되는 탁월한 존재)’”라면서 “FDA는 원 데이터를 실제로 살펴보는 몇 안 되는 규제기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영국의 규제당국은 원 데이터를 꼼꼼히 살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제약사의 자체 분석에 좀 더 많이 의존한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물론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검토 절차가 미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국 정부는 이번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대해 1,000장 이상의 서류를 직접 검토하는 등 ‘전례 없이 많은’ 원 데이터를 살펴봤다고 밝혔다.

두 나라 모두 외부 전문가 패널로부터 자문을 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국 쪽이 다소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FDA는 지난달 20일 화이자로부터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접수했고, 오는 10일 자문위원회 회의를 처음 개최할 예정이다. 반면 영국의 전문가 그룹은 이미 40시간 이상 모여 데이터를 점검하는 등 검토 작업을 수행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일 런던에서 열린 정례 총리와의 질의(PMQs)에서 화이자 백신 승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일 런던에서 열린 정례 총리와의 질의(PMQs)에서 화이자 백신 승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이 서방 국가 중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신속히 대응한 결과”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역시 속도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MHRA는 그간 유럽의약청(EMA)과 협력해 유럽 전역에 보급되는 의약품 승인 관련 업무를 처리했는데, 올해 1월 브렉시트 전까지 EMA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었다. 결국 브렉시트로 MHRA가 해왔던 다른 유럽 지역 관련 의약품 승인 업무량이 크게 줄면서, 이번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검사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MHRA의 준 레인 청장은 NYT에 “우리는 6월부터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며 “지난달 10일 (화이자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도착했을 때 우리는 베이스캠프에 있었고, 최종 임상시험 분석을 받았을 때는 이미 라스트 스퍼트를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승인을 두고 유럽연합(EU)과 의회에서는 ‘성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MA는 2일 화이자 백신 승인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영국이 선택한 긴급승인 절차보다 더 많은 증거와 검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영국보다) 백신 승인 절차가 더 오래 걸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EU 의회에서 중도 우파 그룹을 이끌고 있는 페터 리제 의원이 “EMA의 철저한 검토가 성급한 긴급 판매 승인보다 낫다”고 언급했다.

한편 임기 중 백신 관련 업적을 남기는 데 주력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에 선수를 뺏기면서 ‘닭 좇던 개’ 모양새가 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영국이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을 내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악몽”이라고 촌평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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