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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사라진 '수능 뒤풀이'…썰렁한 번화가에 상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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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사라진 '수능 뒤풀이'…썰렁한 번화가에 상인들 '한숨'

입력
2020.12.0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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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 "가족과 집에서" "논술·실기 준비해야"
텅텅 빈 홍대·강남 거리…수험표 할인행사 무색
음식점·영화관·노래방 등 "올해 수능 특수 없어"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번화가가 한산하다. 우태경 기자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번화가가 한산하다. 우태경 기자

"작년 수능일에는 자리가 꽉 찼는데, 올해는 말도 꺼내기 싫습니다."

서울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62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지만 수험생들은 시내에서 해방감을 만끽하는 대신,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다음 입시전형을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고와 서울여고 앞에는 추운 날씨에도 가족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로 간격을 둔 채 수험생들을 기다렸다. 학부모 안모(49)씨는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집에 데려가 푹 자게 하려고 한다"며 "면접도 남아있으니 외식도 안 하고 조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56)씨도 "코로나에 걸리면 논술시험 자체를 못 치르기 때문에 입시전형이 완전히 끝난 뒤에야 친구들과 놀러 다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이 친구들도 카카오톡으로만 이야기하고 만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재수생 아들을 둔 이모(53)씨도 "조심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 상황에선 보이지 않는 폭력이나 마찬가지"라며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알지만 오늘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고 나중에 한꺼번에 놀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수험생들의 마음도 같았다. 안모(19)군은 "코로나도 있고 실기시험도 준비할 필요가 있어서 뒤풀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모(19)군 또한 "일단 가족들과 쉬는 게 중요하다. 친구들은 천천히 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정모(19)군도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했는데 코로나 탓에 못 먹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정모(19)양은 "정부에서 수능 뒤풀이 자제를 부탁했는데 지침에 따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퓨전중식 음식점(왼쪽)과 강남구 한 보드게임 카페에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지 기자 우태경 기자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퓨전중식 음식점(왼쪽)과 강남구 한 보드게임 카페에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지 기자 우태경 기자

매년 수능이 끝나면 늘 북적였던 홍대·강남 등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에서도 이날만큼은 수험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험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영화관과 음식점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7시쯤 홍대와 강남은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현저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식당은 테이블이 절반 이상 차있는 곳이 드물었고, 학생들이 많이 찾는 노래방과 보드카페 등도 예외없이 한산했다.

식당 주인들은 한결같이 "올해 수능 특수는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평소 손님이 학생 위주였다는 퓨전중식 음식점 직원 엄모(23)씨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심지어 수능 전날에도 손님들이 붐벼 바빴는데, 올해는 어제도 오늘도 조용하다"고 했다. 한식 프랜차이즈 음식점 매니저 김모(29)씨도 "그 동안 매출이 확 떨어져 오늘만큼은 특수를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대표적인 장소인 노래연습장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강남의 한 노래연습장 직원 정모(30)씨는 "수능이 끝나면 매출이 좀 늘어날 줄 알았는데 손님들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로 유명한 홍대 인근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홍대에서 20년 동안 영업을 해왔는데 항상 수능일에 손님이 많았다"며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매출은 작년의 반토막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보드카페 직원 김모(24)씨 역시 "작년에는 수능 끝나고 오후 7시반쯤 테이블이 꽉 찼는데 오늘은 3팀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수험표를 제시하면 할인을 해준다는 한 영화관 직원 이모(39)씨도 "관객 자체가 30명 정도 밖에 없었다. 할인 이벤트도 코로나 앞에선 메리트가 안 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3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번화가가 한산하다. 이유지 기자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3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번화가가 한산하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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