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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종말 눈앞?...워너, 미국서 '매트릭스4' 등 17편 극장·OTT 동시 공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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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종말 눈앞?...워너, 미국서 '매트릭스4' 등 17편 극장·OTT 동시 공개 파장

입력
2020.12.07 0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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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1984'는 지난 3월 개봉을 여러 차례 미뤄 이달 극장가에 선보인다. 미국에선 HBO맥스와 동시 공개다. 워너브러더스는 '원더우먼 1984' 공개 모형을 내년 자사 영화들에 모두 적용할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원더우먼 1984'는 지난 3월 개봉을 여러 차례 미뤄 이달 극장가에 선보인다. 미국에선 HBO맥스와 동시 공개다. 워너브러더스는 '원더우먼 1984' 공개 모형을 내년 자사 영화들에 모두 적용할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극장 종말의 시간이 바짝 다가온 것인가.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내년 자사 영화 17편 모두를 극장과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 세계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미국에 한정되고 내년만 해당하는 한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하지만, 극장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의 중심축이 극장에서 OTT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따르기도 한다.

지난 3일 워너브러더스는 내년 자사 영화 17편을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HBO맥스는 워너브러더스의 지주회사인 워너미디어의 자회사다. 17편에는 ‘매트릭스3-레볼루션’(2003) 이후 18년 만에 만들어진 후속편 ‘매트릭스4’와 인기 공포영화 시리즈 ‘컨저링3’, 마고 로비가 주연한 ‘수어사이드 스쿼드2’, 동명 고전영화를 새롭게 만든 제작비 2억달러 영화 ‘듄’, 대작 괴수 영화 ‘고질라 vs 콩’ 등이 포함돼 있다. HBO맥스 가입자는 이들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극장에 가지 않고도 31일 동안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미국에서 주요 영화는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 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극장 상영 90일을 준수해 왔다.

워너브러더스의 결정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크게 받았다. 코로나19로 미국 극장들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며 관객 수가 급감했고, 워너브러더스를 포함한 대형 영화사들은 수익 창출 창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어왔다. 극장 구원자를 자임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이 신통찮은 흥행 성적을 남긴 영향도 컸다. 워너브러더스는 제작비 2억달러를 들인 ‘테넷’을 지난 9월 북미시장에서 개봉해 5,7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놀런 감독의 전작 ‘덩케르크’(2017)가 북미에서만 1억9,0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점과 크게 비교된다.

영화 '원더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원더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컨저링2'.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공포영화 시리즈 '컨저링'의 3편은 내년 미국의 경우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컨저링2'.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공포영화 시리즈 '컨저링'의 3편은 내년 미국의 경우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지난 5월 선보인 HBO맥스의 가입자 확보 부진도 한몫했다. HBO맥스의 가입자는 860만명이다. 선두 주자 넷플릭스(1억9,500만명)와 신흥 강자 디즈니플러스(7,300만명)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절실한 상황이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가입자 확보에 고전을 겪고 있는 HBO맥스를 부양시킬 필요성이 컸다”고 보도했다.

워너브러더스의 결정은 미국 극장가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미국 연예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3일 “AMC와 시네월드 등 주요 극장 체인은 (코로나19 위기로) 파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이제 파멸적인 12개월을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라이어티는 “워너브러더스의 결정은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에도 극장 배급 풍경을 영원히, 근본적으로 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픽사 애니메에션 '소울'은 한국에선 이달 극장 개봉하나 미국에선 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유료 공개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 애니메에션 '소울'은 한국에선 이달 극장 개봉하나 미국에선 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유료 공개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결정은 주요 영화의 OTT 러시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할리우드의 흥행 전선이 극장에서 OTT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유니버설 등 경쟁자들이 워너브러더스 행보를 뒤따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버라이어티는 “디즈니가 워너브러더스에 반격하기 위해 자사 영화들을 디즈니플러스에 (극장과 동시에) 공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즈니는 앞서 블록버스터 ‘뮬란’을 지난 9월 미국에 한해 자사 OTT 디즈니플러스에서만 유료 공개했고, 픽사스튜디오 새 애니메이션 ‘소울’도 디즈니플러스에서만 이달 유료로 선보인다. 유니버설의 모회사 NBC유니버설은 지난 7월 OTT 피콕을 선보인 후 가입자 늘리기에 고심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의 조치는 국내 극장가에도 장기 악재로 작용할 듯하다. 극장 상영으로 수익을 남긴 후 VOD와 OTT 등에서 추가로 돈을 벌던 전통적인 영화 수익모델에 큰 타격을 주게 돼서다. 조성진 CGV 전략담당은 “신작 수급이 급한 한국 극장 입장에선 내년 개봉작들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나 극장 수익모델이 급격히 무너지게 된 점은 달갑지 않다”고 평가했다.

극장 시대의 종말은 시간문제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 중심축이 극장에서 OTT로 옮겨가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시장 재편 과정에서 극장 사업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영화시장이 다양성을 담보해낼 수 있을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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