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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맛 안 난다"... 동료 2명 구속에 충격 빠진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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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맛 안 난다"... 동료 2명 구속에 충격 빠진 산업부

입력
2020.12.06 19:07
수정
2020.12.0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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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조기폐쇄 자료 파기 공무원 구속에
"직원들 일손 안 잡히고 마음 편치 않아"
"원전 관련 부서 떠나고 싶은 직원 많을 것"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지난 4일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에 따른 경제성 평가 등 자료 삭제에 관여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등 2명의 공무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하자 산업부 공무원들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의 핵심 자료를 폐기한 것은 엄연한 불법사항이지만, 구속으로 인해 업무가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6일 산업부의 한 서기관은 전화통화에서 “동기들 단톡(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종일 ‘일할 맛이 안 난다’는 얘기가 이어졌다”며 “동료의 구속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직원들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 공무원은 “총론으로 보면 이 사안은 대통령 공약사항과 국정과제 이행에 관한 것이고, 기존의 원전ㆍ석탄 중심 에너지 구조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것인데 이런 총론은 온데간데없고 ‘자료삭제’만 부각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만 '자료 삭제' 부분 등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다들 함구하는 분위기다. 재판을 앞둔 데다 당사자들 이외는 알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업무에 회의감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구속된 국장급 공무원은 적극적 일 처리와 빠른 상황 대처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후배들의 신망도 두터운데 논란이 많은 원전 업무를 맡았다 졸지에 철창 신세까지 지게 돼 후배들의 안타까움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사회 전체에 ‘복지부동’ 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직원은 “정권 임기가 사실상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누가 민감한 결정을 하려 들겠느냐” 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곤란한 일은 일단 윗선으로 미루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향후 에너지 차관이 신설될 경우, 정부 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차관을 세 명이나 보유하게 됐지만 직원들은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직원들 사이에선 에너지 관련 부서를 벗어나려는 분위기도 강하다. 에너지 관련 조직이 커지면서 공무원들이 승진할 수 있는 자리가 늘었지만 정작 원전 관련 부서를 벗어나는 ‘탈원전’이 1순위 목표가 된 것이다. 한 산업부 공무원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2명의 구속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원전 부서를 떠나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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