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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본질은 클래식… SM이 클래식 레이블 만든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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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본질은 클래식… SM이 클래식 레이블 만든 이유죠"

입력
2020.12.08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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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클래식스' 이끄는 피아니스트 문정재

3일 한국일보와 만난 문정재는 "클래식 연주자지만 원래 K팝을 즐겨 들었다"면서 "요즘은 걸그룹 '에스파'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3일 한국일보와 만난 문정재는 "클래식 연주자지만 원래 K팝을 즐겨 들었다"면서 "요즘은 걸그룹 '에스파'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과 클래식 음악.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할 것만 같은 두 장르가 만났다. 접점은 SM엔터테인먼트였다. 지난 7월 SM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업을 통해 오케스트라 버전의 K팝 '빨간 맛'(레드벨벳)을 발표하며 레이블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레이블 이름은 'SM클래식스'. 국내 연예기획사 가운데 클래식 진출은 처음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의 선두에는 피아니스트 문정재가 있었다. 1주일에 평균 두번이나 공연을 할 정도로 바쁜 연주자인데, 최근에는 더 바빠졌다. 지난달부터 SM의 이사로서 클래식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SM 사옥에서 만난 문정재는 "SM은 K팝의 산실인데, 정작 이성수 대표님의 집무실 근처에서는 항상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곤 했다"면서 "'음악의 본질은 클래식'이라는 철학이 확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레이블 설립은 "음악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결과물" 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SM은 수년 전부터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인 'SM스테이션'을 통해 다양한 클래식 연주자들의 무대를 선보여 왔다. 문정재도 2016년 음원을 통해 SM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사가 되기 전까지는 고문으로서 SM과 협업했다.


문정재는 "SM클래식 소속 직함이 쓰인 명함을 건네는 것 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레이블을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정재는 "SM클래식 소속 직함이 쓰인 명함을 건네는 것 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레이블을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들에게 SM은 국내 메이저 연예기획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음악을 연구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문화기업에 가깝다"는 게 문정재의 결론이다.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나와 세계 유수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정통 피아니스트로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돌연 클래식 연주자 최초로 SM에 합류하게 된 이유였다. 문정재는 "잘 짜인 프로그램에 맞춰 리사이틀을 하는 삶이 식상하다고 생각했고, 이것저것 시도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SM과 잘 맞아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클래식 레이블사로서 SM의 강점 중 하나는 오랜 시간 K팝을 만들며 쌓은 프로듀싱 노하우와 최신 장비를 클래식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정재는 "국내 클래식 기획사들의 경우 규모의 한계로 인해 음반을 녹음하려면 결국 외국 회사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SM은 자체 제작을 하며 가장 효율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친숙한 회사인만큼 젊은 층을 끌어 들일만한 시각적 표현력을 갖췄다는 사실도 특장점이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첫 결과물이 지난 7월부터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빨간 맛'과 고(故) 샤이니 종현의 '하루의 끝' 등 작품들이다. 영화 화면을 닮은 연출과 서양악기로 연주되는 색다른 가요 선율에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일상을 위로받았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클래식이 대중음악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상업적이다"라는 비판의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문정재는 "어떤 일을 하든 칭찬과 욕은 함께 따라오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걸 즐기는 편"이라며 "칭찬받은 부분은 지키고, 비판받은 내용은 보완해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시장에 진출했지만, 다른 기획사들을 밟고 올라갈 생각은 없다. 기존 생태계를 존중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K팝을 또 다른 형태로 즐길 수 있게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문정재는 "어느 것이 먼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K팝과 클래식을 초월해 새로운 장르의 팬덤을 구축하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막 출범한 SM클래식스의 차기 행보는 뭘까. 문정재는 "정규 음반도 당연히 낼 계획"이라며 "K팝과, 재즈, 영화음악은 물론 정통 클래식 작품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앨범은 강력한 걸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나이대가 들을 수 있는 "대중을 위로하는 곡"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SM클래식스가 발전하면 훗날 'SM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SM에 합류할 동료 연주자도 찾고 있습니다. 악기 관계 없이 연주력과 음악성이 뛰어나고, 마음이 열려 있는 분을 기다릴게요."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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