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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없는 작은 섬나라

입력
2020.12.1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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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사크섬 주민들의 첫 공화정 선거

세계 유일의 봉건 자치령 사크섬이 2008년 공화제 선거를 실시했다. 섬에는 자동차가 없고, 공항도 없다. 게티이미지.

세계 유일의 봉건 자치령 사크섬이 2008년 공화제 선거를 실시했다. 섬에는 자동차가 없고, 공항도 없다. 게티이미지.


유럽 최후의 봉건 자치령이던 영국해협 채널제도의 사크(Sark)섬 주민들이 2008년 12월 1일 주민 대표를 뽑는 첫 의회 선거를 실시했다. 1565년 엘리자베스1세 여왕이 귀족 40명에게 섬을 하사한 지 443년 만이었다. 지주들은 땅을 사고 팔며 번갈아 영주로 군림해 왔고, 1852년 인근 건지섬의 한 부호가 섬을 사들인 뒤 입법권을 포함한 자치권을 지닌 봉건 장원 체제를 유지해 왔다. 외부 자본이 관광 등 목적으로 땅 일부를 사들이거나 임차해 호텔 등을 짓기도 했다. 그 섬이 유럽인권협약과 영국 추밀원의 승인을 받아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첫 선거를 치른 거였다.

섬 주민 600여명 중 유권자는 약 475명. 그 중 12%인 57명이 총 28명을 뽑은 의회 선거에 입후보했다. 개표 결과 개혁 찬성파 의원 23명과 반대파 5명이 당선됐다. 그들은 제비 뽑기로 임기 4년과 2년인 각 14명의 상하원 의회를 구성했다. 외부 투자자로 호텔과 상점 등을 운영하던 바클레이 형제는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5명밖에 선출되지 않은데 항의해 사업 일체를 철수하면서, '민주주의'의 대가로 전체 주민의 약 17%인 100명가량이 졸지에 실업사태를 맞는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면적 5.44 km2의 사크섬은 오직 배로만 해협 너머의 노르망디나 인근 섬, 영국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자동차도 법으로 금지돼 트랙터와 말이 끄는 마차가 주요 이동수단이다. 2011년 섬 자치정부는 '빛 공해 없는 공동체(Dark Sky Community)'를 선언, 중세의 타임캡슐 같은 풍광과 함께 별빛이 살아 있는 지구의 변방으로 스스로를 치장했다.

근년의 섬 인구는 약 500명. 독일의 한 사업가가 2004년 설립한 단체 '사크 소사이어티'는 지난해 8월 섬 주민 500명 추가 유입 캠페인을 시작하며 '소득세도 자본세도 상속세도 부가가치세도 없는 섬'을 자랑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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