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단체 '원 페어 웨이지' 조사 결과
식당 직원 60% "팁 때문에 마스크·거리두기 못 지켜"
"마스크 벗어, 예쁘면 팁 줄게." "안 물어, 겁내지 말고 가까이 좀 와 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운데서 경제적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이 있다면 코로나19의 주 전파 장소로 알려진 식당 직원들이다. 특히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식당에서는 팁의 감소로 인해 수입이 크게 줄어든 데다 팁을 대가로 한 신종 '마스크 성희롱(maskual harassment)'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의 위협마저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월 미국의 시민단체 '원 페어 웨이지'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레스토랑 직원의 80% 이상이 팁 수입이 상대적으로 줄었으며, 40% 이상은 성희롱이 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뉴욕·뉴저지·매사추세츠·펜실베이니아·일리노이주와 워싱턴DC 등지의 약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원 페어 웨이지'의 사루 자야라만 회장은 "갖가지 적대적 태도와 성희롱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끔찍하다"라며 "특히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이 남성 손님으로부터 얼굴을 보고 팁을 주겠다며 마스크를 벗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설문에 응답한 식당 직원 10명 중 6명은 팁을 주는 고객과 관계를 고려하면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돈벌이를 위해 스스로를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조차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9월 보고서를 근거로 식당이 코로나19의 주요 감염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시급 2달러' 팁 근로자들 "식당서 방역 못 지켜"
이런 상황에는 미국의 레스토랑 직원들이 팁에 목맬 수밖에 없는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1996년 도입된 '소기업 보호법'에 따라, 레스토랑 직원의 전미 최저임금은 시간당 2.13달러(당시 최저임금의 50%)로 고정됐다. 2012년 지정 이래 현재 인상 논의가 되고 있는 연방 최저임금(7.25달러)보다도 훨씬 낮다.
미국에선 직원이 으레 받는 별도의 팁 수입을 고려해 이렇게 산정한 것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팁에 의존해야 하는 직원들의 위태로운 지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원 페어 웨이지'가 제시한 해결책은 식당 직원 최저임금의 정상화다. 이들은 다른 보고서를 통해 "레스토랑 직원에게 다른 직원과 동등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7개 주의 경우 성희롱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연방 법률 바탕 위에서 각 주가 별도로 법정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
해당 뉴스를 공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용자들은 "이러니 식당에서 코로나19가 번지는 것"이라며 분노를 터트렸고, "임금을 정상화하고 낙후된 팁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반면 "음식점 등의 어려움을 고려해 직원들에게 일부러 더 많은 팁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미식당협회는 "직원에 대한 성희롱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며 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노동자와 점주의 경제 회복을 지지하는 모든 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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