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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한국인 토막살인 사건, 국내 조폭 돈이 부른 범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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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호찌민 한국인 토막살인 사건, 국내 조폭 돈이 부른 범죄였다

입력
2020.12.08 15:20
수정
2020.12.08 17:5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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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조폭 도박사건 무마 로비 비용 수령?
실형 나온 뒤 반환 요구 시달리자 살인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시 7군 푸미흥에서 한국인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범행이 이뤄진 건물의 모습. 호찌민=정재호 특파원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시 7군 푸미흥에서 한국인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범행이 이뤄진 건물의 모습. 호찌민=정재호 특파원

베트남 호찌민에서 지난달 발생한 한국인 토막살인 사건에 국내 폭력조직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으로 체포된 한국인 사업가 A(35)씨가 단순 채무가 아닌 폭력조직의 로비자금 반환 독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범죄를 벌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베트남 당국도 사건이 국내 폭력조직의 현지 범죄 연장선으로 파악되자 수사를 확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호찌민 총영사관과 교민 사회 등에 따르면 현지에서 화장품 판매 및 컨설팅 사업을 하던 A씨는 경기 남부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B폭력조직의 한 중간간부와 오랜 시간 친분을 이어왔다. 특히 A씨는 2015년 전후 B조직이 호찌민의 유흥주점 및 불법도박 사업에 진출할 당시 세력 확장을 간접적으로 도우면서 양 측은 더 끈끈한 사이가 됐다. 이후 A씨는 B조직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일부 한인 이권단체에서 간부직을 맡는 등 교민사회에서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한다.

무난히 이어지던 A씨와 B조직의 공생관계는 지난해 7월 호찌민에서 현지 B조직원 5명이 불법도박 및 도박장 운영 혐의로 체포되면서 금전 관계로 발전했다. 현지 형사법 체계에 무지한 B조직이 동료들의 석방을 위해 A씨에게 베트남 수사·사법기관에 대한 로비를 부탁한 것이다. 당시 B조직이 건넨 자금은 총 1억5,000만원. A씨는 이 돈 중 일부를 현지 공안 등과 밀접한 또 다른 한국인 사업가 C씨에게도 건넸으나 실제 로비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위기는 단호한 베트남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면서 현실이 됐다. 베트남 법원이 지난해 말 체포된 조직원 5명 중 1명에게 통상의 벌금형이 아닌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분노한 B조직이 A씨에게 로비자금 반환을 요구한 건 당연한 수순. 다급한 A씨는 C씨에게 여러번 로비자금을 돌려 줄 것을 간청했지만 거절 당했으며, 본인 사업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위기를 맞아 1억5,000만원을 만들 수 없었다. 그럼에도 B조직은 지속적으로 반환을 압박했고,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A씨는 사건 피해자이자 B조직원으로 알려진 D(33)씨를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D씨는 로비자금 반환 독촉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A씨의 범행은 사전에 치밀히 준비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미리 수면제를 구매해 D씨를 자신의 거주지로 유인했으며, 사건 발생 직전 친한 지인들에게 "내가 곧 사람 하나를 죽일 것 같다"고도 여러번 말했다고 한다. A씨를 잘 아는 호찌민의 한 교민은 "살인 예고 발언을 전해 들었을 때 경찰 영사라도 바로 찾아갔어야 했는데 '설마'하며 넘어가서 이 사달이 난 것 같다"고 푸념했다.

베트남 수사기관 관계자는 "A씨가 체포 직후 범행을 자백해 금방 끝날 것 같던 수사가 최근 들어 더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베트남에서 거의 없던 유형의 토막살인인데다, 한국 폭력조직과의 연관 가능성도 제기돼 현지 공안들이 이 사건을 제대로 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호찌민=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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