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해외 공관 직원들의 잇단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간 각 공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온 성비위 사건 처리를 본부로 일원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립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해외 공관의 특수성을 감안할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교부는 8일 외교부 훈령인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을 전면 제ㆍ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최소한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는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대응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재외공관의 성비위 사건 예방 및 처리 지침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제까지는 공관도 외교부 본부 지침을 따랐는데, 별도 지침 제정으로 공관장 책임과 고충상담원 역할 등 세부 사항을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외공관은 성비위 사건을 접수하는 즉시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고 지휘를 받아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과 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처럼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현지에서 무마되거나 제대로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피해자 보호 조항이 새롭게 추가된 점도 눈에 띈다. 성비위 사건 발생 즉시, 재택근무 방식 등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한편 가해자의 사건 관여를 차단하도록 했다. 2017년 말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한국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사건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 피해를 낳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해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성비위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는 성과등급뿐 아니라 공직 경력관리의 기본이 되는 인사등급에서도 당해연도 최하위등급을 부여한다. 또 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법률가 등 외부 전문가를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해 외교부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전 직원에 대한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교육도 연 1회에서 4회로 늘렸다.
이번 지침 개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 공관 내 성희롱 조사 및 처리 절차를 규정한 지침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데 따라 이뤄졌다. 전날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은 “최근 피해자와 사인 중재 협의를 진행해 타결을 보았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가해자로 지목된 외교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뉴질랜드 경찰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외교관에 대한 인도 요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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