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검사실은 과부하, 간호사는 번아웃…한계에 임박한 의료체계
알림

검사실은 과부하, 간호사는 번아웃…한계에 임박한 의료체계

입력
2020.12.10 04:30
수정
2020.12.10 18:34
1면
0 0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파고다타운 인근 거리에 설치된 출장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파고다타운 인근 거리에 설치된 출장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만7,593건.’

9일 성낙문 씨젠의료재단 임상의학연구소장은 "지난달 30일 받아 든 숫자"라 말했다. 당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가려야 할 검사건수였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래 이 회사에 의뢰가 들어온 하루 검사량 중 최대치였다. 이 숫자를 본 순간 성 소장은 직감했다. ‘3차 대유행이 분명하구나.’

씨젠의료재단은 대구·경북 지역과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지난 3월 1차 대유행 당시 국내 검사량의 약 54%를 도맡았던 곳이다. “신천지 집단감염이라던 1차 유행, 광복절 전후였던 2차 유행 때도 하루 검사량은 많아야 1만건 정도였는데, 요즘은 매일 1만2,000~1만7,000건”이라고 성 소장이 전했다. 지금 같은 증가세라면 1, 2차 유행 당시 검사량의 두 배를 찍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검사량이 두 배까지 늘어도 이론적으로는 감당 못할 바 아니다. 성 소장은 “하루 3만건 검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단발성일 때에나 가능한 얘기다. 오래 피로가 누적된 검사 현장은 ‘숫자’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씨젠의료재단 같은 수탁검사기관과 의료기관을 포함한 코로나19 검사기관은 전국 110여곳. 한 민간검사업체 관계자는 “6시간 걸리던 검사가 최근 9시간까지 지연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검체가 도착하면 맨눈 확인부터 바코드 부착, 시약 투여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유전자 분석 기기에 넣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6시간 정도다.

오랜 피로 누적에다, 줄어들긴커녕 자꾸만 늘어나는 검체량에, 검체 요청은 한꺼번에 몰린다. 수탁검사기관에서 일하는 한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는 “검사 물량이 시간대별로 적절히 나눠서 오는 게 아니라 주로 밤 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려 든다"며 "아무리 인력, 장비를 준비시켜놓고 있어도 검사가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사 현장에선 3교대로 근무조를 짜거나 하루 14시간씩 초과 근무까지 예사로 해도 밀려드는 검사량을 따라가기 버겁다. 앞으로 업무는 더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증상 감염, 잠복 감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증상이 없어도 누구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인력 충원이 가능한 구조도 아니다. 검사인력 역시 임상병리사 면허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난달 초만 해도 하루 검사량은 2만5,000건 안팎을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7만건이 넘게 치솟았다. 9일 검사량은 7만5,080건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하루 최대 11만건까지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건 기존 검사 인력들이 로봇처럼 쉬지도, 지치지도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나 가능한 얘기다. '번아웃' 위기에 내몰린 검사 인력들이 얼마나 버텨줄 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간호사 파견 현황

코로나19 간호사 파견 현황

검사 인력 뿐 아니라 의료진도 번아웃에 내몰린 건 마찬가지다. 의사도 그렇지만, 특히 코로나19 치료 현장을 떠받치는 인력 가운데 80~90%를 차지하는 간호사들의 업무량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1차 유행 때는 대구·경북 중심이었고, 초창기다보니 극복 의지는 물론, 사기도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간호사들도 지쳐가고 있다. 매일 3㎏이 넘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4시간씩 중환자 병상에서 일하고 나오면 기진맥진이다. 수도권 병원의 한 간호사는 "오랜 기간 과중한 업무에 투입되다보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고 토로했다. 김제형 고려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너무 많은 병원에 환자가 분산돼 있고, 각 병원이 제한된 내부 인력을 동원해 계속 돌리다 보니 번아웃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핵심 인력들에 과부하가 지속되면 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환자 수를 줄이려면 감염자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검사 속도가 빠른 신속항원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요양기관이나 정신병원 같은 시설 수용자나 종사자에 대한 검사에만 우선 도입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환자 발견 속도가 너무 늦다”며 “인력 문제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정확도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같은 시간보다 686명 늘었다. 500명대로 내려갔다 하루 만에 다시 600명대로 올라선 신규 확진자 수는 이제 700명선을 바라보고 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에서 국내 환자의 79%(524명)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라며 “3차 유행의 중심인 수도권에 무증상, 잠복 감염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유환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