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땡그랑'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은 연말, 들뜬 인파로 발디딜 틈 없던 거리는 일찌감치 인적이 끊기고 찬바람만 스친다. 스산함이 뒤덮인 도심 어딘가에서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깬다.
다행히도,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12월의 첫날 일제히 거리로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모금활동은 조심스러워졌고, 온정의 손길 또한 적잖이 줄었다. 오가는 행인 역시 크게 줄었고, 그 마저도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모금활동을 도울 자원봉사자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12월 첫 주 모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줄고 말았다.
모금이 저조한 데엔 코로나19와 더불어 최근 현금 사용이 줄어든 생활 패턴도 한몫을 한다. 구세군이 직접 접촉 대신 카드 터치나 QR코드 방식을 활용한 비대면 모금을 고려하는 이유다. 최철호 구세군 대한본영 커뮤니케이션스부장은 "온라인 모금 방법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빈민과 이재민을 돕는 자선냄비의 상징성을 고려해 거리 모금활동 만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땡그랑' 종소리와 함께 거리에 설치된 자선냄비엔 지금껏 무수한 온정의 손길이 다아 왔다. 지정균 모금실장은 지난해 생후 1년 만에 숨을 거둔 아기를 기리며 순금 돌반지를 자선냄비에 넣고 간 여성을 떠올렸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기 대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었답니다." 각종 질병을 앓으면서도 본인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며 기부금을 낸 노숙인이나, 강원도 산골에서 쑥떡을 만들어 판 돈을 모아 기부한 할머니의 사연 등 자선냄비에 얽힌 먹먹한 사연은 끝이 없다. 지 실장은 “큰 돈을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촛불처럼 작은 기부천사들의 손길이 감동을 주고, 또 귀하다”고 말했다.
‘한 손에는 복음, 한 손에는 빵”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구세군은 전도사업과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구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거리 모금활동에는 구세군 사관에 청소년 및 일반인, 교인 등 자원봉사자가 합세해 2명 1개조가 나선다. 모금 장소가 주로 실외이고 겨울철이다 보니 1시간씩 맞교대하는 방식으로 하루 8시간 운영하는 게 보통이다. 서울 100여 곳, 기타 지역에서 200여 곳 등 전국적으로 350여 곳에서 자선냄비를 볼 수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통해 모은 기부금은 지역아동센터나 노숙인 시설뿐 아니라 가정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 리모델링, 군부대 문화복지 시설, 시청각 장애인 의료 등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 지원된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등장했다. 경제불황을 겪던 당시 선박사고로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구세군 사관이 부둣가에 냄비를 걸어두고 모금을 하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선 1928년 성탄절을 맞아 서울 서대문과 종로 거리에 등장한 20개의 자선냄비가 첫 사례다. 현재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구세군이 활동하고 있는데, 자선냄비의 모금 활동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 실장은 “얼마 전 쓰레기통에 버려진 마스크를 씻어 다시 사용하는 노숙자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코로나19로 더욱 힘든 생활을 꾸려가는 분들에게 자선냄비로 펄펄 끓여낸 온정을 그대로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경기 과천시의 구세군신학교에서 구세군 사관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거리 모금에 사용하는 자선냄비, ‘따끈이’ 인형탈, 구세군 표식 등을 바닥에 펼쳐 보여줬다. 그리고는 모금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는 물론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향한 마음을 담아 자선냄비를 하트 모양으로 늘어세운 채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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