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간과 물에 대하여'
지난해 8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인근 지역에서 '오크'라는 이름의 빙하가 죽었다. 향년 700세. 환경운동가이면서 문학가인 작가는 장례식에 참석해 추모비를 썼다. 그리고는 또 다른 하얀 거인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쓰기 시작했다. 작가가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벵골호랑이처럼 저 멀리 있는 대상'으로 전락할 빙하를 두고 손주들이 그 실체를 상상하기 어려운 날이 올지 몰라서다.
책은 직접적으로 '기후변화'라는 담론을 언급하며 어떤 당위성을 훈계하지 않는다. 이 주제를 꺼낸다 한들 사람들이 '아, 그렇지, 큰 문제지'하고 백색소음 정도로 치부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달라이 라마, 지구과학자들과의 대화를 네러티브 형태로 풀어냈다. 과학의 언어가 문학을 만났을 때 나타나는 문장의 온도 차를 느낄 수 있다. 빙하의 땅에 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담소에서는 난로와 같은 따뜻함이 전해진다. 북유럽과 인도의 신화도 등장해 상상력을 부추긴다. 일련의 이야기를 통해 '지구온난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랍고 무서운 개념인지 이해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다.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행동에 나서기까지 수십, 수백년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자연은 유례 없는 속도로 후퇴하고 있다. 과학계는 이번 세기에만 빙하의 30%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면이 30~100㎝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 1억1,500만명의 이웃이 삶의 터전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는 뜻도 된다. 사실 유엔이 목표로 정한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빙하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최악은 피해보자는 간절한 호소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아포칼립스’(종말)를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감소율은 17%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작가는 묻는다. "우리가 분별력 있는 피조물이고, 자신이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우리는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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