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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을 이겨내는 나무의 지혜

입력
2020.12.14 0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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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시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는 지난 여름 이국적인 풍경은 사라지고 붉은 황토와 세찬 겨울바람 이겨내고 꿋꿋이 서 있는 나무를 볼수 있다.

강원 태백시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는 지난 여름 이국적인 풍경은 사라지고 붉은 황토와 세찬 겨울바람 이겨내고 꿋꿋이 서 있는 나무를 볼수 있다.


강원 태백시 매봉산 정상에 있는 바람의 언덕. 여름이면 고랭지 배추밭과 풍력발전기가 만들어내는 이국적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겨울 초입인 지금은 붉은 황토만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풍경이 대조를 이룬다. 이맘때 이 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서리꽃을 보기 위해서이다.

지난 주말 서리꽃을 기대하며 찾았지만 역시나 허탕이었다. 대신 나를 반기는 건 허허벌판 가운데 만고풍상(萬古風霜)을 겪은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들이었다. 갑자기 내려간 영하의 날씨에 세찬 바람까지 불어 사람이 잠시도 서 있지도 못할 그곳에 꿋꿋이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이 처음엔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런 나무들을 자세히 보니 하나같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반면 바람을 직접 맞닥뜨린 쪽은 나뭇가지가 거의 없었다. 바람에 순응한 다른 쪽 가지는 여느 나무들과 같이 풍성해 바람이 거센 지역에서 나무가 생존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바람을 거슬리면 아무리 강하고 무성한 나뭇가지도 금방 사라지듯, 민의를 거슬리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순리를 깨우쳐 주는 듯 했다. 손자병법에 “전쟁에 아무리 승리한다 해도 민심을 잃으면 전쟁에 진 것 같다”라고 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바람을 견디는 나무를 떠올린 건 혼자만의 생각일까.

강원 태백시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풍력발전기가 세찬 겨울바람에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강원 태백시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풍력발전기가 세찬 겨울바람에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강원 태백시 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 일출

강원 태백시 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 일출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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