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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개혁 도구냐, 친정권 도구냐… '공수처 판도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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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개혁 도구냐, 친정권 도구냐… '공수처 판도라' 열렸다

입력
2020.12.11 04:30
수정
2020.12.11 08: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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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립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오대근 기자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립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오대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막는 마지막 걸림돌을 더불어민주당이 '힘'으로 부쉈다. 공수처가 내년 초 출범을 앞두게 되면서 당·청은 '검찰개혁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당·청이 약속한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을 스스로 빼앗고, 야당을 끝까지 설득하는 대신 법부터 바꿔버렸다는 점에서 정당성에 오점을 남겼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수처는 남는다. 야당의 견제 장치가 없어진 공수처가 앞으로 어느 정권에서든 '정권 보위를 위한 비밀경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10일 오후 2시 12분 국회 본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불과 16분 만에 가결됐다. 재석 의원 287명 중 187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99명, 기권 1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문재인! 독재자!” 같은 구호를 쉼 없이 외쳤지만, 법안 처리를 멈추진 못했다.

개정 공수처법은 7명으로 구성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6명에서 ‘3분의 2’(5명)로 완화해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의 거부권을 무력화시켰다. 야당 보이콧으로 추천위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담겼다. 국회의장 요청으로부터 열흘 안에 교섭단체가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의장이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촉할 수 있게 됐다. 공수처 검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변호사 경력도 최소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등 문턱을 낮췄다. 공수처를 띄우기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다.

당·청은 기세를 몰아 공수처 출범까지 서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법 의결 한 시간 만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공수처법상 초대 공수처장 임명 절차는 한 달 안에 끝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까지 정리되면 '문재인 정부 표 검찰개혁'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제외한 3대 권력기관 개혁법안 중 자치경찰제법(경찰청법 개정안)은 9일 통과시켰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11일 처리한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과 최승재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통과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과 최승재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통과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야당은 저주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정국을 “히틀러 치하의 독일”로 빗대며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자신의 안전만을 위한 정권 안보에 주력하며 무리수를 둘 수록 민심 이반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범야권은 이날 반문(反文·반문재인) 연대를 내건 ‘폭정 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하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 등 7명을 공동 대표로 뽑았다. 4월 21대 총선 이후 거리를 둬 온 주류 보수와 태극기 부대 등 장외 세력이 다시 힘을 합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성택 기자
조소진 기자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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