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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잡아라" 추격전... 분노한 시민들 발차기에 차 찌그러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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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잡아라" 추격전... 분노한 시민들 발차기에 차 찌그러지기도

입력
2020.12.12 08:36
수정
2020.12.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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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6시 조두순 서울 남부교도소 출소
조씨 탄 차 지나가자 욕설·계란 세례
이송 과정 중 차량 추격전, 파손되기까지
보호관찰소 앞서 시민들 50여명 집회


12일 경기 광명시의 한 도로에서 조두순을 태운 차량 앞을 일부 유튜버와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이승엽 기자

12일 경기 광명시의 한 도로에서 조두순을 태운 차량 앞을 일부 유튜버와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이승엽 기자

"조두순, 너 이 XX 당장 내려. 안 내리면 유리창 깨버린다."

12일 오전 7시 경기 광명시 학온동의 한 도로변. 승용차에서 내린 10여명의 유튜버와 시민들이, 10분 전 출소한 아동성폭행범 조두순(68)이 탑승한 관용차량을 둘러쌌다. 이들은 검은 유리창 안을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한 20대 남성은 조씨가 앉아있는 뒷좌석 오른편 유리창과 문짝을 수 차례 발로 차며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을 쳤다. 유리창 안의 조씨는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돌렸다.

2008년 아동을 납치해 잔인한 수법으로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성폭행범 조두순이 12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유튜버와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조씨에 대한 '사적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출소 직후부터 조씨가 탑승한 관용차와 추격전을 벌였다.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진입로에 조두순 출소 반대 집회 참가자 10여명이 드러누워 있다. 이승엽 기자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진입로에 조두순 출소 반대 집회 참가자 10여명이 드러누워 있다. 이승엽 기자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오전 6시 45분쯤 관용차량에 탑승한 채 남부교도소를 빠져나와 주소지 인근 안산 보호관찰소로 이동했다. 일반적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경우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출소 10일 이내에 보호관찰소에 방문하면 된다. 조씨의 경우 일부 유튜버 등이 '사적 보복'을 예고한 만큼, 이동 과정 중 시민과의 물리적 충돌 상황 발생 가능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조씨의 출소를 막기 위해 교도소 앞으로 30여명의 시민들이 몰리면서, 조씨의 출소 과정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전날 오후부터 교도소 앞에서 '조두순 출소 반대' 집회를 벌이던 3개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5시 50분부터 교도소 진입로에 드러누웠다. 이에 차량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경찰과 집회 참가자간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씨를 태운 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법무부 차량 3대가 교도소 밖으로 나오자, 이들은 준비했던 계란과 두부 등을 차량을 향해 던지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12일 경기 광명시의 한 도로에서 조두순을 태운 차량 앞을 일부 유튜버와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왕태석 기자

12일 경기 광명시의 한 도로에서 조두순을 태운 차량 앞을 일부 유튜버와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왕태석 기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교도소 밖으로 나온 관용차들과 추격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조씨가 탑승한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수차례 위협 운전을 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10여명의 시민들은 차량이 잠시 정차했을 때를 노려 이동 경로를 막은 뒤, 차 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하거나 차를 발로 찼다. 이 과정에서 조씨가 탑승한 차량의 우측 문짝이 찌그러지는 등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조씨가 탑승한 차가 이들에 의해 수차례 도로에 멈춰섰다 가기를 반복하자, 경찰은 10여대의 순찰차를 동원해 안산 보호관찰소까지 관용차를 앞뒤로 에스코트했다.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보호관찰소 앞 도로에 일부 시민들이 조두순 출소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승엽 기자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보호관찰소 앞 도로에 일부 시민들이 조두순 출소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후 관용차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가량 지연된 오전 7시 40분쯤 조씨가 거주할 주소지 인근 안산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 도착했다. 보호관찰소 앞 도로에도 조씨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유튜버와 보수단체 회원 등 5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조씨가 탄 차량이 보호관찰소 안으로 들어오자 욕설과 구호 등을 외쳤다.

이후 차량에서 내린 조씨는 아무 말 없이 보호관찰소 안으로 들어갔다. 조씨는 보호관찰소에서 약 2시간 동안 보호관찰 개시 신고서 등 서면 접수와 준수사항 고지, 시스템 입력 등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조씨는 다시 관용차를 이용해 안산의 주거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조씨 주소지 내에 재택 감독장치를 설치하고 통신 이상 유무를 다시 한번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오른쪽)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오른쪽)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조씨를 전담하는 고정대 보호관찰관은 이날 보호관찰소 앞에서 브리핑을 갖고 조씨 발언을 취재진에 전했다. 고 관찰관은 "조씨는 출소 후 관용차로 이곳(센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천인공노할 잘못을 저질렀다. 앞으로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밝혔다. 조씨는 피해자에 대해서도 '사과 의사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지만 관찰관은 "2차 가해 소지가 있어 절대 그런 일(피해자와의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주지시켰다"고 전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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