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조두순 눈빛 살아있어"... 주민들은 불안 호소 "문도 못 열어놔"

알림

"조두순 눈빛 살아있어"... 주민들은 불안 호소 "문도 못 열어놔"

입력
2020.12.12 11:50
수정
2020.12.12 13:34
0 0

새벽부터 유튜버 주민들 집앞서 대기
모습 드러내자 욕설과 함께 "죽어라" 고함
주민들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고 한숨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12일 오전 12년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이날 오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절차를 마친 조두순이 걸어나오고 있다. 안산 = 왕태석 선임기자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12일 오전 12년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이날 오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절차를 마친 조두순이 걸어나오고 있다. 안산 = 왕태석 선임기자

“눈빛이 살아있다.”

12년을 복역 후 12일 오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을 본 한 경찰관의 말이다. 그는 “그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빛을 봤는데 60대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또렷했다”며 “생각했던 것 보다 눈빛이 강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조두순은 이날 오전 6시 45분 출소 후 거주지에 도착한 시간은 2시간 여 뒤인 오전 8시 55분이다. 그는 출소 전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 후 관용차를 타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소를 빠져나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이동했다.

조두순은 이 과정에서 보호관찰관에게 “천인공노 할 잘못했다”, “이 정도 분위기인 줄 몰랐다.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에게 사과 의사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가 2차 가해라는 말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지원센터에서 전자장치 개시 신고서 등을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마친 조두순은 뒷짐을 짓고 나오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계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없이 뒷짐 진 채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거주지에 도착해서도 보호관찰관과 경찰의 보호 속에 아무런 말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남색과 자주색이 섞인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카키색 롱패딩에 청색 바지와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머리는 흰 백발이었으며 귀를 덮을 정도로 길었다.

12일 오전 안산시내에서 일부 시민들이 거주지로 향하는 조두순이 탑승한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 안산시내에서 일부 시민들이 거주지로 향하는 조두순이 탑승한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뉴스1

그가 차에서 내리자 이른 새벽부터 나와 지켜보던 유버와 주민들이 욕설과 함께 고함을 치는 등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 유튜버는 구긴 종이를 던지며 “죽어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전날부터 집 앞에서 대기하던 유튜버 100여 명은 실시간 중계를 하면서 “사형시켜야 한다”, “안산에서 추방하라” 등을 외쳤다. 한 시민은 “경찰은 왜 말로만 하고 그를 보호하려 하느냐. 내가 응징하겠다. 몸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건물 안에서 버티다 경찰에 끌려 나가기도 했다.

주민들도 “이사 가라”, “왜 이 곳으로 이사를 왔느냐”고 큰소리로 분노를 표출했다.

50대 한 주부는 “이제 여름이면 문도 못 열어 놓고 살겠다”며 “컴컴한 골목에서 남자라도 나타나면 도망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다른 주부도 “오늘 출소한다는 말에 밤잠을 설쳤다”며 “세입자들이 다 나간다며 집을 빼달라고 난리도 아니다”고 했다.

초등생 딸을 두고 있다는 한 주부는 “지금이야 경찰 등이 눈을 켜고 지켜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두순이 활보 할 텐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우리지만 같은 건물에 사는 세대는 어쩌면 좋으냐”고 불안해했다.

조두순이 집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일부 주민과 유튜버들은 현장에 남아 “조두순은 얼굴을 보이라”, “조두순 자살하라”는 등을 외쳤다. 일부 주민은 “피해자를 지켜야지 조두순을 지키고 있느냐”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유튜버 등이 모두 물러날 때까지 출입구를 막아선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에서 조두순을 왜 보호하느냐고 하는데 그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 질서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알아 달라”며 “조두순도 이제 모든 형량을 마친 일반 시민이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보호관찰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두순은 앞으로 거주지 내에 설치된 재택 감독 장치와 전자발찌 등을 통해 전담 보호관찰관으로부터 24시간 1대1 밀착감시를 받게 된다.

법원은 조만간 조두순에게 일정량 이상의 음주 금지, 심야 시간대 외출 제한 등 특별준수 사항을 부과할 전망이다.

경찰은 조두순과 아내의 거주지 출입구가 보이는 곳에 방범 초소를 설치해 24시간 운영한다. 주거지 인근에 방범용 CCTV도 15대 추가 설치했다.

안산시는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조두순 거주지 주변 30곳의 야간 조명 밝기를 높이고, 신규 채용한 무도 실무관 등 12명을 24시간 순찰조로 투입할 계획이다.

임명수 기자
이승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