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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삶 기려야 하나”… 힘 얻는 추모 반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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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삶 기려야 하나”… 힘 얻는 추모 반대 목소리

입력
2020.12.12 15:42
수정
2022.10.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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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기리는 건 잘못"... 해외 언론도 부정적 보도

김기덕 감독이 2013년 8월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뫼비우스’ 언론시사회를 참석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김기덕 감독이 2013년 8월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뫼비우스’ 언론시사회를 참석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라트비아에서 세상을 떠난 김기덕 감독을 두고 영화계에서 추모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인이 미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남긴 작품을 마냥 긍정 평가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영화 ‘기생충’의 영어자막 번역가로도 유명한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12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에 대한 프로그램이 한국 TV에서 방송된 2018년 내 강의에서 그의 영화들을 가르치는 걸 중단했다”며 “누군가 실제 삶에서 그런 끔찍한 폭력을 사람들에게 저질렀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켓은 “그가 천재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그리고 그가 천재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영화평론가 피어스 콘란은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기덕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 그의 죽음에 험담하고픈 욕구를 억누르면서도, 그가 촬영장에서 행한 공포스러운 행위에 대한 언급 없이 위대한 예술가의 별세에 대한 애도가 (많은 부분 서구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슬펐다”고 밝혔다. 콘란은 “영화에 대한 그의 공헌은 잊혀서는 안되겠지만, 그의 괴물과도 같은 성폭력의 희생자들 역시 잊혀선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켓과 콘란은 국내에서 활동하며 한국 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 온 평론가들로 유명하다. 파켓은 한국 영화 100여편의 영어자막 번역에 참여하고, 영화 ‘돈의 맛’(2012)과 ‘군함도’(2017) 등에 출연했다. 한국 저예산 영화를 대상으로 한 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콘란은 한국 영화 소식을 전하는 홈페이지 모던코리안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 감독은 영화 촬영장에서 자신의 뺨을 때리고 폭언하며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내용으로 여배우 A씨로부터 2017년 고소된 후 벌금형(500만원)을 받았다. 2018년에는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이 김 감독과 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조재현의 성범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A씨와 스태프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 영화계에 미투 운동을 불지폈다. 김 감독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MBC와 A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무혐의 판결이 났다. 김 감독은 이후 10억원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달 패소하고 항소했다.

김 감독의 성폭력 혐의가 잘 알려지지 않은 서구 언론은 김 감독의 예술적 업적만을 다뤘다가 영화인들의 문제제기가 있은 후 관련 기사에 김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까지 반영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김 감독의 죽음을 알리면서 ‘논란의 한국 감독’이라고 수식했다. 가디언은 “김 감독의 연출 이력은 2018년 강간과 성폭력으로 고소된 후 궤도를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역시 “영화 ‘피에타’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알려지고 성폭력 혐의로 이력이 이어지지 못한 논란의 한국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김 감독이 숨진 후 김 감독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해외 영화인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해외 언론에도 뒤늦게 알려졌는지 초기 보도와 달리 제목과 내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11.30. '김기덕 감독, 여배우 폭행 혐의로 소환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13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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