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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에 민간병원 동원령 커지는데... 딜레마 빠진 '빅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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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에 민간병원 동원령 커지는데... 딜레마 빠진 '빅5'

입력
2020.12.14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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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 강원대병원 제공

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 강원대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00명선을 넘어서자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대형병원에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환자 대부분을 수용해온 공공병원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시설이나 인력이 많은 대형병원들의 동참이 불가피해졌다는 논리다. 하지만 대형병원들은 비(非)코로나 중환자들을 내보내기 쉽지 않은 데다 공간과 인력의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수도권 빈 중환자 병상 13개... "민간 대형병원 결단 내려야"

1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030명으로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격리 치료 중인 환자(1만372명)와 위·중증 환자(179명) 역시 최고치다.

특히 중환자 병상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 등의 치료가 필요한데, 이 같은 시설을 갖춘 병상은 수도권에 현재 13개만 비어있다. 확진 판정 후 1~2주 지나 위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5곳을 새로 지정해 중환자 병상을 152개 확보하고, 상급종합병원 등에서도 108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의료기관에서 자발적으로 내놓는 자율신고병상도 27개를 더 중환자용으로 쓰겠다고 했다. 대규모 병상을 보유한 민간병원들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민간대형원들이 결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병상과 생활치료시설에 대한 긴급동원조치의 첫 사례로 경기도 내 모 대학교 기숙사를 긴급 동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감염병예방법 제 49조에 근거해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 숙박시설 등을 동원할 수 있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민간병원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긴급동원이 가능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병상 확보 문제 해결의 출발은 가장 많은 의료자원을 가진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에 대한 병상 동원 명령"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삼성이나 현대(서울아산병원)그룹의 고위층과 만나 병상 확보를 위한 결단을 촉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빅5를 포함한 민간 대형병원들은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치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가망 없는 환자 내보내야 하나"

압박이 커지자 지난주 후반부터 서울대병원은 8개, 고려대 안암병원은 4개, 삼성서울병원과, 이대서울병원이 각각 2개씩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울의 대형병원 중엔 서울대병원이 40개, 삼성서울병원 6개, 세브란스병원 5개, 서울아산병원이 3개의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운영 중이다.

대다수 대형병원들은 추가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형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상 수가 많아 보여도 위중한 일반 환자들마저 많게는 몇 달을 대기해야 입원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압박을 계속 거부만 할 수는 없을 테니, 나아질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병상을 비워달라고 권유라도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정부가 국가보훈처 산하 서울 중앙보훈병원에 확진자 전담 병상 120개를 마련하기 위해 일부 경증 입원 환자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겨달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는 인력이 일반 중환자의 4, 5배 정도 투입돼야 하고 다른 환자들과 접촉을 피하기 위한 공간도 확보해야 하는데, 너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대형병원에는 혈액암 등 감염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병을 앓는 환자들도 많다"고 우려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손쉬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형병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10개월 동안 정부가 직무유기를 하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니 민간병원 탓을 하고 있다"며 "국·공립대나 공공시설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제형 고려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형병원들이 병상을 더 내놓는다 해도 수도권 곳곳에 흩어져 있으니 환자 상태가 악화하면 이곳저곳으로 전원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중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거점전담병원을 최대한 확보한 후 민간병원에 시설이나 인력을 재배치하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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