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이후 곱버스에 1조 베팅
수익률은 줄줄이 -35% '처참'
"시장 방향 읽기 사실상 불가능"
"주린이도 수익률 30% 찍는 요새 같은 불장(상승장)에 마이너스(-) 30%인 나란 인간."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2,700선에 올라섰지만 처참한 수익률에 눈물을 삼키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상품에 거액을 베팅해 온 이른바 '인버스 개미'들 얘기다.
지수의 특정 방향성에 베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도박'이라 불릴 만큼 고위험 상품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최근 "인생은 한방"을 외치며 이 도박성 베팅을 주저하지 않은 과감한 개미들이 부쩍 늘었다. 제로(0)금리 시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현금)까지 이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더 부추기고 있다.
"주가 꺾인다" 곱버스 개미 1조 베팅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11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8,8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로는 삼성전자우선주(1조4,321억원)에 이어 두 번째 많은 금액이다.
일명 '곱버스(곱하기+인버스)'라 불리는 이 상품은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폭의 두 배를 수익으로 얻는 반면, 주가가 오르면 손실도 두 배로 치솟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개인은 이 기간 일반 인버스 상품인 'KODEX 인버스'도 1,8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과 달러 약세(원화 가치 상승) 등에 힘입어 코스피 상승세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반대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청개구리 상품'에 1조원 넘는 돈이 유입된 것이다.
아직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
하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주가가 연일 상승 곡선을 탔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후 코스피 상승률은 22%에 달한다. 이 기간 총 30거래일동안 주가가 하락한 날은 6거래일에 불과했다.
같은 곱버스 상품인 'TIGER 200선물인버스 2X'의 이 기간 수익률은 -35.42%, 'KODEX 200선물인버스2X'도 -35.37%였다. 지난달 초 3,000만원 정도를 해당 곱버스 상품에 투자했다면 단순 계산해도 지금쯤 1,000만원 이상 손해를 봤을 거란 얘기다. 'KODEX 인버스' 수익률도 -19.54%였다.
반면 강세장에 힘입은 레버리지 상품은 높은 수익률을 안겼다. ETF를 통틀어 지난달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은 코스피 200 에너지·화학 지수의 일간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TIGER 200에너지화학 레버리지'로 상승률이 58.1%에 달했다. 'HANARO 200선물레버리지'(51.91%), 'KINDEX 레버리지'(51.24%) 'KOSEF 코스닥150 선물레버리지'(48.94%) 등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선물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상승률도 컸다.
"버티기보다 손절이 유리할 수도"
물론 레버리지와 인버스 매수 전략을 잘 세워 단타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 단기간 고수익을 탐내는 투자자가 늘어난데다, 올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 세대도 비교적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빚을 내는 투자자도 급격하게 늘며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18조7,000억을 돌파, 역대 최대치를 재차 갈아치웠다.
하지만 시장의 방향을 읽는다는 건 개인투자자로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은 변동성이 클수록 불리하게 작용해 지금까지 손실이 크더라도 유지보다는 빠른 정리가 필요하다"며 "장기보유가 불리하고 위험도가 높은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하는 상품"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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