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갖고 싶다" 반응에 상품화
소재, 색깔 등 디테일 살리자 품절 행진
DIY키트로 제작된 조선왕실 사각유리등이 최근 품절대란을 빚는 인기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조선왕실의 밤을 밝히던 사각유리등이 DIY키트가 된 연유가 독특하다. 그 시작점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사각유리등이 ‘큐레이터 추천 6월의 왕실 유물’로 선정되면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박물관은 문을 닫아야 했고, 지하1층 왕실의례실에 전시된 사각유리등은 그렇게 빛을 보지 못하는 듯했다.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반응이 왔다. 문화재청이 트위터에 올려둔 사각유리등의 사진과 설명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기 시작했다. '예쁘다' '갖고 싶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1만건에 가까운 리트윗(공유)과 9,000명 이상이 누른 ‘마음에 들어요’는 사각유리등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사각유리등에 좋은 반응이 나오다 보니, 관장님이 이걸 더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질문을 던지셨어요. 제가 평소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머릿속에 DIY키트가 떠올랐던 거죠. 코로나19 시기에 집에서 가족들과 할 수 있는 걸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지혜 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내자, "한 번 해보자"는 답이 돌아왔다. 사각유리등이 실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DIY키트는 실제 전시된 사각유리등(가로 44.4㎝, 세로㎝ 44.7, 높이 37.4㎝)보다는 작은, 가로 14㎝ 세로 14㎝ 높이 10.5㎝로 제작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0월 궁중문화축전 이벤트로 1,000개를 무료 배포한다고 하자 1만명이 넘게 신청했다. 곧 이어 살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고궁박물관은 논의 끝에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사각유리등 만들기 키트를 상품(3만원)으로 내놨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 지난 9일 3차 물량까지 모두 소진(한국문화재재단 온라인쇼핑몰 기준)됐기 때문이다. 이 디자이너는 “디테일이 많은 상품 특성 상 대량 제작이 쉽지 않았다"며 "한 번 할 때마다 300~400개 정도만 풀 수 있었는데, 1차 땐 10분만에, 2차 땐 20분만에 매진됐다"고 전했다.
디테일 탓에 대량 생산이 어렵지만, 사실 사각유리등 DIY키트는 디테일 덕에 흥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엔 두꺼운 종이로 제작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지혜 디자이너는 나무를 고집했다. 종이로는 실제 유물과 유사한 품질을 낼 수 없겠다 싶었다.
촛불 역할을 하는 LED 초도 처음엔 고정 형태의 LED 초였는데, DIY상품엔 불 부분이 흔들리는 형태의 LED 초가 들어갔다. 흔들거리는 느낌이 실제 촛불과 유사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디테일을 포기 못한 '디자이너의 고집' 덕에 실물 같은 현대판 사각유리등이 나올 수 있었다.
사각유리등은 19세기 새롭게 변화한 왕실의 잔치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2016년 방영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배우 박보검이 연기했던 인물로도 잘 알려진 효명세자는 당일 아침에만 열렸던 잔치에 더해 밤 잔치를 열었다. 이 때 조명기구가 필요했고, 그래서 사용된 게 사각유리등이다. 헌종의 계비인 효정왕후(1831~1904)의 71세 기념 잔치 모습을 담은 ‘신축진찬도병’를 보면, 사각유리등이 처마에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디자이너는 전공을 살려 앞으로도 궁중 유물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궁중 유물이라고 하면 무겁게 여겨질 수 있는데, 실생활 속에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늘 고민해요. 사각유리등처럼 예뻐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어요. 저는 디자이너니까 이런 디테일을 살려 궁중 유물을 최대한 많이 알려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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