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동료들과 평양의 통일전선부 일꾼(간부)들도 필리버스터를 인터넷으로 지켜 보면서 제가 어떤 토론을 할지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8시 59분. 대북전단금지를 골자로 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첫 주자로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섰다. 태 의원은 "시장 원리로 평화와 통일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고 운을 뗀 뒤, 파란 바탕의 파워포인트(PPT)를 본회의장 대형 화면에 띄웠다. 직접 작성했다는 PPT 242장에는 태 의원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 13가지가 조목조목 적혀 있었다.
10시간 2분동안 김씨 부자 3대 세습 문제점까지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하는 태 의원의 설명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커리큘럼이 잘 짜여진 북한학 강의 같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는 "대북전단금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곧 자유·평등·민주 정신을 접할 기회를 막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김정은 정권과 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을 영원히 노예처럼 살게 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14일 오전까지 10시간 2분동안 이어진 토론에서 태 의원은 대북전단금지 반대 이유 뿐 아니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의 역사와 문제점까지 짚었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설명을 해야 대북전단금지에 반대하는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는 차원이었다는 게 태 의원측 얘기다.
'열정 초선'이지만 욕설 논란도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온 태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격려를 보냈다. 토론 시간도 12시간 47분으로 최장시간 기록을 세운 같은당 윤희숙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다. 4년전 국내에 망명한 뒤,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화된 야당의 입법 저지 시스템을 처음으로 경험한 여운도 그대로였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태 의원에 이어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주자로 발언대에 선 송영길 의원이 "북에서 온 지 4년만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도 대단한 특별한 케이스"라며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중진의원이 나와 균형있는 야당의 입장을 말씀해 줄 필요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태 의원을 깎아 내렸다. 태 의원도 발언 도중 "지금 휴전선 일대에서 '야이 김정은 죽어라, 저 XX는' 이런 방송은 안 한다"고 발언해 민주당의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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