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0일까지 고강도 봉쇄 시행키로
탄탄한 재정시스템 덕 주저 없는 봉쇄 가능
한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통했던 독일이 폭증하는 환자에 결국 고강도 봉쇄를 택했다. 슈퍼마켓, 약국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상점은 물론, 학교까지 죄다 문을 닫는다. 사실상 전면 봉쇄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비결은 탄탄한 재정에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13일(현지시간) 16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한 달 정도 강도 높은 봉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달 2일부터 식당, 술집, 극장 등의 영업을 중단하는 부분봉쇄 조치를 시행해 왔으나,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일일 신규 감염이 3만명 가까이 급증하고 11일 사망도 사상 최고치(598명)를 기록하자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州)지사들도 격론 끝에 연방정부의 봉쇄 확대에 동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우리의 계획은 의료시스템의 과부하를 피하는 것”이라며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주저 없이 나라 전역을 틀어 막을 수 있었던 건 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감내할 만한 재정시스템에 있다. 독일 재무부 자료를 보면 연방정부는 이번 봉쇄 조치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112억유로(14조8,4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연간 매출액 5억유로(6,600억원) 이하인 기업은 다달이 평균 20만유로에서 최대 50만유로(약6억6,000만원)까지 고정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존 최대 지원금 20만유로보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방식은 차등 지급이다. 전년도 해당 월 매출을 기준으로 30~50% 매출이 줄면 40%, 50~70%는 60%, 70% 이상 감소 시엔 90%까지 고정비를 지원한다.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는 상당한 혜택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14일 부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고강도 봉쇄가 연말연초 소매업체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잘 알고 있다”며 “고정비의 최대 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독일 연방정부가 올 한 해 추진한 ‘중소기업 긴급재정지원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원 대상 범위도 넓어졌다. 6~8월 1차 지원 당시엔 대상을 ‘4~5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최소 60% 감소한 중소기업’으로 한정했으나, 9~12월 2차 지원 때는 ‘4~8월 평균 매출액이 30% 감소한 사업장’으로 기준을 한층 완화했다. 중소기업을 넘어 영세 자영업자, 프리랜서, 비영리단체까지 도움을 받게 된 셈이다.
지난달 부분 봉쇄 때에도 독일은 ‘11월 지원’이라는 이름의 특별 경제 원조를 편성, 피해 기업과 자영업자, 기관 등에 전년도 11월 평균 매출액의 7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해당 정책 역시 내년 6월까지 연장됐다.
독일은 10년 이상 균형 재정을 철칙처럼 지켜왔지만, 코로나19 대응에서는 속도전과 선제적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7,500억유로(995조2,57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불과 이틀 만에 상ㆍ하원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성수기 전면 봉쇄를 단행해도 서민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버팀목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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