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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표 임대주택 '계약 끝나면 내 것도, 갈 곳도 없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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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표 임대주택 '계약 끝나면 내 것도, 갈 곳도 없어질라'

입력
2020.12.15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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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기간 집값 안정화 안 되면 낭패
자산 격차 감수할 세입자 많지 않아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4일 진주 LH 본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LH 제공.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4일 진주 LH 본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LH 제공.

"집값 폭등을 우려한 몇몇 주민들은 이미 아파트를 구매해 나가고 있다."(서울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주민 A씨)

“장기임대가 가진 가장 큰 위험… 시간이 지나도 내 것은 하나 없고,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 ‘아, 이제 난 갈 곳이 없다’고 깨닫는 겁니다.”(네티즌 B씨)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강조하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이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좀처럼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앞선 실패 사례를 참고해 변 후보자가 보다 정교한 정책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정작 현실에선 시프트 주민조차 주거지에서 탈출을 꾀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지금처럼 치솟는 집값 불안을 잡지 못하는 한, 임대기간 동안 크게 벌어질 자산 격차를 감수할 수요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흥행할까

14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변 후보자의 핵심 임대주택 전략은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의 결합이다.

토지임대부는 국가가 땅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분양하는 방식이다. 건물값만 받아 분양 가격이 저렴하지만 대신 매달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 분양가가 저렴한 환매조건부 주택 역시 매도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에만 넘겨야 해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은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은 예전에도 있었다. 2007년 경기 군포에 804가구(토지임대부 389, 환매조건부 415)를 분양했지만 61가구만 계약돼, 미분양율이 92.4%에 달했다. 그저 그런 입지 조건에, 계약기간 후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자 수요자들이 외면한 결과였다.

2011~12년 토지임대부로 서울에 공급한 주택은 강남, 서초라는 입지 덕에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5년 전매 제한이 풀린 후 집값이 분양가보다 5~7배 급등하자 '로또 분양'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년 3기 신도시 분양 주택은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로 공급될 전망이다. 지난 9일 관련 법안도 국회를 통과해 앞으로 토지임대부 주택는 강남처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과천, 고양 창릉 정도를 빼면 입지 조건이 떨어지는 경기 지역 3기 신도시에 시세 차익 기대를 포기하고 거주할 수요자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지적이 나온다.


폐지된 시프트, 전세형으로 부활?

변 후보자는 또 “중산층까지 살만한 중형 임대주택을 공급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에 따라 사실상 폐지된 '시프트형 공급'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시프트는 전용면적 85~114㎡ 규모 대형 평수를 주변 시세의 80% 수준에 20년 장기거주 형태로 무주택 중산층에게 공급했다.

하지만 이들 주택의 유지 비용에 매년 지자체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한계가 명확했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손실로 2014~2018년 사이 매년 1,735억~2,058억원을 감당하다가 결국 2017년 이후 시프트는 자취를 감췄다. 또 소득 기준 제한으로 시행 초반 전셋값만 5억~7억원에 달하는 강남 지역 아파트와 저소득층 수요자의 ‘미스 매치’도 발생했다.

이런 부작용을 아는 변 후보자는 2014~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임 시절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에게 소형 평수를 공급하는 지금의 행복주택으로 공급 방향을 바꿨고, 월 임대료를 받아 손실을 줄였다. 때문에 행복주택 사례처럼 100% 전세가 아닌 전세형으로 큰 평수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될 '변창흠표 임대주택'도 집값 불안이 지속될 경우 결국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블로거 '진인 조은산'은 “임대주택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임대주택도 집값 안정이 우선 돼야 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2인 가구조차 아파트 분양으로 내 집 갖기를 원한다”며 “환매조건부가 아니라면 수요가 있겠지만 뭐라도 조건이 붙은 주택은 섣불리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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