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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형제봉 반달곰 포착…산악열차 차질 불가피

입력
2020.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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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서식지 일대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당국 관리하는 KM61과 미확인 반달곰 포착
개발 예정지, 멸종위기종 반달곰 주서식지 재확인
하동군 "환경영향 최대한 고려해서 추진할 것"

편집자주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 온 기자가 만든 '애니로그'는 애니멀(동물)과 블로그?브이로그를 합친 말로 소외되어 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심도있게 전달합니다.

7월 26일 오전 6시46분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국립공원연구원이 관리하지 않는 미확인 반달가슴곰이 민간단체가 설치한 카메라에 찍혔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 제공

7월 26일 오전 6시46분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국립공원연구원이 관리하지 않는 미확인 반달가슴곰이 민간단체가 설치한 카메라에 찍혔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 제공


경남 하동군이 개발을 추진 중인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두 마리가 환경단체의 무인 카메라에 포착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은 이들 반달곰 중 하나는 당국이 관리해온 반달곰 'KM-61'(5세?수컷)이며 다른 한 마리는 미확인 개체라고 공식 인정했다. 이처럼 형제봉 일대의 반달곰 서식 환경이 거듭 확인됨에 따라 하동군의 산악열차 공사 계획이 포함된 '알프스하동프로젝트' 추진에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기사보기: [단독] 애써 복원한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산악 열차' 놓을 판).

16일 환경단체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에 따르면 두 단체가 지난 7월 지리산 산악열차 대상지인 형제봉 인근에 설치한 무인센서 카메라를 회수해 분석한 결과 반달곰 두 마리가 포착됐다. 무인센터 카메라와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는 최단거리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수거한 카메라에 반달곰이 찍힌 영상은 모두 4개다. 7월 26일 오전 6시45분에서 7시9분 사이 두 마리의 반달곰이 각각 10m 간격으로 설치한 두 대의 카메라에 찍혔다.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가 영상을 확인한 결과 'KM-61'과 미확인 반달곰 개체 두 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KM-61은 2016년 지리산에서 태어난 수컷 개체다. 특히 미확인 반달곰의 경우 위치 추적기가 부착되지 않은 개체가 해당 지역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원의 추정을 뒷받침하게 됐다.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노선과 KM-61행동반경. 상당한 부분이 일치한다. 반달곰 친구들, 형제봉생태조사단 제공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노선과 KM-61행동반경. 상당한 부분이 일치한다. 반달곰 친구들, 형제봉생태조사단 제공

이사현 남부보전센터장은 "7월말이 반달곰 교미철임을 감안하면 수컷(KM-61)이 서식하는 장소에 다른 수컷이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 미확인 개체는 암컷으로 추정된다"며 "미확인 개체의 경우 위치정보시스템(GPS) 배터리가 소진됐거나 개체가 어려 GPS장치를 부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에 66마리의 반달곰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미확인 수신 개체는 41마리에 달한다. 다만 국립공원연구원이 방사하거나 방사한 개체 사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아예 야생 반달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 센터장은 "해당 지역에 생포트랩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포획하게 되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지리산 복원 개체와의 혈연관계 등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이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지난 7월26일 7시9분 KM61이 찍혔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 제공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이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지난 7월26일 7시9분 KM61이 찍혔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 제공

국립공원연구원과 환경단체는 지리산 형제봉 일대가 반달곰의 중요한 삶터임이 다시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이 센터장은 "해당 지역은 반달곰의 동면 굴이 네 곳이나 된다"며 "(산악열차를) 개발할 경우 반달곰뿐 아니라 다른 동물이 서식하기 힘든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획재정부가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로 하동군의 알프스프로젝트를 선정했다가 해당 지역이 반달곰의 주서식지임이 확인되면서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논의를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반달곰이 찍힌 영상이 공개되며 하동군이 추진 중인 개발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동군 관계자는 "국립공원연구원의 반달곰 자료를 주기적으로 받아보면서 환경영향을 고려해 사업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며 "반달곰의 서식이 거듭 확인된만큼 기존 노선 변경 등 반달곰 서식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고려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계획이 언제 확정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주옥 반달곰친구들 이사는 "하동군은 기재부도 포기한 지리산 산악열차에 연연해하지 말고, 반달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하동 만들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부는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 전수조사에 들어가고 산림청은 형제봉 일대에서 진행되는 벌목 작업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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