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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해임·면직 아닌 '정직 2개월'은 정치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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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해임·면직 아닌 '정직 2개월'은 정치적 결정?

입력
2020.12.16 16:00
수정
2020.12.16 22: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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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면직·정직 6개월은 '찍어내기' 비판
'독립성 훼손' 지적 회피 위한 선택 분석
당장 물러나야 할 사안은 아니란 판단도
尹 측 "무혐의 나왔어야, 결론 정해둔 것"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이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이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해임이나 면직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직 2개월'을 의결하면서, 정직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 총장 징계 혐의가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직을 당장 내려놓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과 함께, '윤 총장 찍어내기'라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직 2개월은 정치적 부담 덜어내기?

징계위원들은 7시간에 걸친 토론을 거쳐 이날 오전4시쯤 윤 총장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결정했다. 검사징계법상 징계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 5가지로, 정직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정직 수위는 1~6개월 사이에서 정해지는데, 징계위는 이 중 수위가 낮은 편인 2개월을 골랐다.

지난달 24일 윤 총장 징계가 청구됐을 때만 해도, 총장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또는 면직 처분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 혐의를 6가지나 들이대며 ‘윤석열 찍어내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징계 청구와 대검의 감찰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이 무더기로 드러나고 징계위원들의 편향성 문제까지 부각되자, 검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검찰총장 임기제와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여권에선 해임 대신 정직 처분을 거론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정직 처분만으로도 윤 총장을 '힘 빠진 호랑이'로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계산으로, 실제로 그렇게 결정됐다.

정직 2개월 징계로 '식물총장' 윤석열

윤 총장은 2개월 동안 검찰총장 직함은 유지하지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식물총장' 신세가 된다. 해임이나 면직 때처럼 임기가 종료되는 건 아니지만,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특히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처럼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든든한 버팀목의 부재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최근 증거인멸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을 구속시키면서 윗선 수사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향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윤 총장 징계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전직 검사장은 "청와대와 여권에선 수사착수 초기부터 정치적 의도가 담긴 수사하며 윤 총장을 비판해왔던 터라, 윤 총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 총장이 두달 후 검찰로 복귀한다고 해서 앞길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대상 1호로 윤 총장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윤 총장 가족 사건 수사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향후 소송 염두 "정직이 해임보다 유리"

윤 총장을 쫓아내지 않고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윤 총장과의 향후 법적 공방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해임·면직 처분의 경우엔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너무 커서 윤 총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정직 처분 정도면 법원이 법무부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가 정권 입맛에 맞게 결론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징계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는 징계위 종료 후 "무고하다고, (누명을) 벗겨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절차가 (징계위 뜻대로) 종결되는 것을 보니까 저희 노력과는 상관없이 이미 다 정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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