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복지사와 노숙 '아들'? 한달 수색
어머니 잃은 장애아 지인 집 맡겨 도와
월급 3분의 1 인근 노숙인들 위해 지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집에 두고 노숙을 해야 했던 발달장애인 최모(36)씨. 최씨의 상황을 처음 알아챈 사회복지사 정미경(53)씨에게는 평소부터 노숙자 문제에서 큰 도움을 주던 든든한 동료가 곁에 있었다.
이성우(52) 동작경찰서 경위는 인근 노숙자들을 4년간 묵묵히 도운 키다리 아저씨다. 16일 사당4치안센터에서 만난 이 경위는 정씨와 함께 지난 달 내내 최씨를 찾아 이수역(최씨의 노숙 장소) 근처 길거리를 헤맸다고 말했다. 근무 날에 순찰을 하며 최씨가 있었던 곳을 찾았고, 비번인 날에도 따로 시간을 내 최씨를 수소문했다. 그는 “노숙을 하면 범죄 피해를 입기 십상이어서 하루빨리 최씨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달 3일 방배동 다세대주택에서 최씨의 어머니 김모(60)씨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도움 받을 곳 하나 없는 최씨를 돌보는 사람이 바로 이 경위다.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최씨는 지금 이 경위의 친구 집에 머무는 중이다.
“법 말고 진짜 도움을 주고 싶었어”
이 경위가 노숙을 하던 최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는 2016년 9월부터 주변 노숙인들을 보살펴 온 노숙인들의 친구다. 당시 근무하던 노량진지구대 관할에는 일고여덟 명의 노숙인이 상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특정 노숙인들이 항상 보였다”라며 “술에 취해 길가에 소변을 누고 행패를 부리곤 했다”라고 회상했다.
누군가에겐 노숙인이 골칫거리였지만, 이 경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법으로 다스리기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며 “경찰관으로서나, 신앙인으로서나, 이들을 방치하면 결국 보이스피싱에 명의를 도용 당하며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그는 노숙인에게 다가갔다. 노숙인들에게 먼저 "밥 한 끼 드실까요" "아픈 데 없나요"라며 관심을 보였다. 처음엔 욕하고, 침 뱉고, 뺨까지 때리며 이 경위를 밀어 내려던 노숙인들이 마음을 열었다. 3개월이 지난 뒤 마침내 노숙인 3명과 마음을 터놓고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단다. 노량진 한 고시원에 사정을 설명하고 사비를 털어 노숙인들의 숙소를 마련해 줬다.
쌀 옮겨주느라 쉬는 날이 더 바빠
이 경위는 '길에 사는 형제'들을 챙기느라 비번인 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어제도 쌀 10포대를 주신다는 분이 있어 쌀을 지구대에 옮겼다”며 “노숙하던 형제가 면허를 따서 운전하고 일을 도와줬는데, 변해가는 모습 보니 기뻐서 눈물이 났다”며 목 메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적은 노숙인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 각자의 사연으로 궁지에 몰렸지만, 그들이 다시 새 삶을 찾도록 응원하고 있다. 지금 그가 돌보고 있는 '형제'들은 25명이고, 그 동안 오고 갔던 이들을 모두 합치면 50명에 달한다. 이 경위는 “월급의 3분의 1은 형제들을 돕는 데 쓴다”라며 “형제들이 신용불량자라 내 명의로 핸드폰을 5대까지 개통해 한달 요금으로 40만원을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제들에게 관심을 가지다 보면, 마음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게 눈에 보인다”라며 “최씨 같은 분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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