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파괴력이 커지자 서울 민간 대형병원들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추가적으로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의료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민간 대형병원들은 손놓고 있느냐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여전하다. 기존 일반 중환자 문제, 비용 부담 등이 문제다. 거기다 먼저 '총대'를 메기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파격적 병상 제공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난색에서 협력으로 ... 분위기 바뀐 대형병원
17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는 시내 15개 상급종합병원장들과 대학병원장 등이 참석한 재난의료협의체를 열었다. 주제는 당연히 코로나19 환자 급등에 따른 병상확보 방안이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이달 초 서울시와 7개 병원장간 긴급 간담회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당시 대부분의 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제공에 상당히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사망자 수도 두 자리 수를 넘나들기 시작해서다. 서울에선 중환자 병상을 기다리다 숨지는 일까지 생겼다.
가장 빨리 움직이는 곳은 서울아산병원이다. 아산병원은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3개를 내놨다. 대형병원 중 가장 적은 수다. 이번 주 중으로 추가 병상 확충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병상을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코로나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 중"이라며 "곧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도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전용으로 쓰고 있는 중환자 병동(6개 병상)을 확대한다. 이번 달과 다음 달에 각각 1개씩 추가할 예정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병동 내 대기 공간이나 1인 중환자실을 두 개로 나눠 쓰는 방식으로 병상 수를 최대한 늘려 보겠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최근 중환자 병상을 각각 8개, 2개씩 늘렸다. 현재 20개, 6개씩을 운영 중인데 병상을 더 확보하는 방안도검토하고 있다. 일반 환자의 중환자 병상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신촌세브란스병원도 현재 5개인 코로나 병상을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파격적 규모는 없어 ... "보이지 않는 손실도 보상해달라"
대형병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다. 몇 자리를 더 내놓는 수준이다. 대형병원쪽에선 병원만 매도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중환자의 병상 하나에는 간호사가 4명 정도 투입돼야 하는데다 경험이 없는 경우 사전 교육에만 3~4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물리적인 공간 재배치는 물론, 인력 운용까지 전반적으로 다 조정해야 해서 며칠 사이 뚝딱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병원장들에겐 부담이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해 지난달까지 의료기관에 모두 8,000억원을 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내년에는 5조4,000억원대의 예산까지 따로 배정해뒀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음압격리관리료를 한시적으로나마 두 배 인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대형병원이 부담하는 바에 비해서는 부족하는 얘기가 나온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를 받는다는 건, 그 환자에게 들이는 직접적 비용 뿐만 아니라 감염예방을 위해 비워야 하는 병상이 크게 늘어나는 등 간접적 비용까지 크게 든다는 뜻"이라며 "이런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보상해줘야 대형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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