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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확정일에 사임한 秋... 11개월 장관직은 尹과의 갈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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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확정일에 사임한 秋... 11개월 장관직은 尹과의 갈등사

입력
2020.12.17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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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등 개혁과제 완성... 소임 다했다 평가
원래 의도였던 '윤석열 세력 약화' 달성도 이유
일각선 '추윤 동시 교체' 기류 반영됐단 평가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추 장관은 브리핑 후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제청해 재가를 받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추 장관은 브리핑 후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제청해 재가를 받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고 사의를 표명하기까지의 11개월은 '윤석열과의 갈등사'와 다름 없다. 취임 5일만에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들을 대거 좌천시킨 인사를 단행했고, 윤 총장 징계가 확정된 당일 마치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는 듯 사의를 표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일가 관련 의혹으로 물러난 뒤,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을 임명하며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5선 의원이면서 여당 대표까지 지낸 거물인사였기에 한 부처만 맡기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 맞상대가 바로 '윤석열'이었기에 추 장관의 돌파력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추 장관은 임기 내내 윤 총장의 검찰 내 입지를 약화시키고, 윤 총장의 영향력을 축소하며, 윤 총장이 추진하는 수사 등에 제동을 거는 일에 힘을 모았다. 1월 3일 공식 취임한 추 장관은 1월 8일 곧바로 검사장급 32명의 인사를 내며 윤 총장의 수족들을 거침없이 잘라냈다. '윤석열 사단'은 사실상 와해됐다. 그리고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검찰 내 최고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중용하며, 검찰 내에 세력 교두보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에 대한 본격적 공격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유착 의혹 보도가 나온 뒤 4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해당 의혹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 처리를 두고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이 불협화음을 내자 추 장관이 전격 개입했다. 올해 7월 2일 추 장관은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이 수사에 대한 윤 총장 지휘권을 박탈했다. 윤 총장은 전국 고검장ㆍ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등 맞대응하려 했지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추 장관에게 일주일 만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8월 검찰 인사 때 추 장관은 재차 윤 총장의 힘을 빼는 인사를 실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에서 사의 표명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에서 사의 표명까지.


이 때까지 추 장관의 공세가 윤 총장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10월부터는 윤 총장을 곧장 겨냥한 공격이 이어졌다.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연루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를 상대로 술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과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태도는 매우 강경해졌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 협조를 사실상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10월 19일 추 장관은 라임 사건과 윤 총장의 장모 및 부인 관련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내려놓으라며 2차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공개석상에서 윤 총장을 직접 비판하며 압박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앞서 대검 국감에서 “법리적으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던 윤 총장의 주장에 공개 반박했다.

이어 유례가 드문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 카드를 사용해 지난달 24일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ㆍ징계청구를 감행했다. 법원이 직무배제가 위법하다고 결정했고, 전국 대부분 검찰청에서 평검사회의가 열리는 등 검찰 내 반발이 거셌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다 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을 의결하자, 이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밝히는 등 업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시사했기에, 그의 사의 표명은 전혀 예상되지 않은 일이었다. 법무부 참모들도 청와대 발표를 듣고서야 깜짝 놀랐을 정도로 극소수 측근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외견상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그가 취임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제도적 개혁 과제가 사실상 완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추 장관이 공교롭게도 윤 총장 징계 확정일에 사의를 표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내심 제도 개혁보다 더 우선으로 삼았던 '인적 청산'이 사실상 성공한 상황에서 더 이룰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힘을 받는다.

윤 총장과의 갈등이 길어지며 여론과 여권 일부에서 추 장관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여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시 교체 기류가 강했던 상황에서, 추 장관에게 유무형의 사퇴 권고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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