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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성(性) 파는 구급대원" 美 구조사 고백에 1억원 기부 쏟아진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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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성(性) 파는 구급대원"美 구조사 고백에 1억원 기부 쏟아진 사연은

입력
2020.1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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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응급구조사, 외설사이트 사진 판매' 보도 후
SNS서 "저임금 의료 종사자 '투잡' 현실 개탄" 목소리
기부 사이트서 사연 알리자 엿새 만에 4300명 기부

로렌 케이틀린 크웨이. 고펀드미 캡처

로렌 케이틀린 크웨이. 고펀드미 캡처

'저는 뉴욕포스트가 ‘성 노동자’라고 폭로한 구급대원입니다. 여기 저의 진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제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미국 뉴욕의 응급구조사(EMT) 로렌 케이틀린 크웨이(23)의 이야기를 실었다.

앞서 11일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앰뷸런스 운영업체 EMS에서 일하는 크웨이가 추가 수입을 위해 음란물 유료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에 상반신 노출 사진 등을 게시해 왔다고 폭로하고, “다른 구급대원은 옷을 벗는 대신 추가 근무를 선택한다”는 익명의 뉴욕소방국(FDNY) 구급 요원의 말을 전했다. 크웨이의 선택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 목소리를 전한 것.

이날 인디펜던트의 기사는 이에 대한 크웨이의 반박 인터뷰로, 같은 날 대중문화 매체 롤링스톤에도 그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를 통해 케이틀린의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활발히 공유됐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뉴욕포스트 기사와 함께 “미국에서 응급구조사가 살아남으려면 두 개의 직업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올린 트윗글은 41만명 이상이 ‘좋아요’ 버튼을 눌러 공감을 표시했다.

한국에서 '생리대 교체할 시간도 없다'는 코로나19 현장 간호사의 호소가 SNS에 확산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동안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최전선 노동자의 고백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셈이다.

"나는 시급 만으로 생존 불가한 의료 노동 현실의 증거 "

11일(현지시간) 응급 구조사 로렌 케이틀린 크웨이의 온리팬스 사이트 관련 사실을 보도한 뉴욕포스트의 기사 소개 트윗. 뉴욕포스트 트위터 캡처

11일(현지시간) 응급 구조사 로렌 케이틀린 크웨이의 온리팬스 사이트 관련 사실을 보도한 뉴욕포스트의 기사 소개 트윗. 뉴욕포스트 트위터 캡처

그가 인디펜던트롤링스톤을 통해 밝힌 사연은 이렇다.

2018년 3월 최저임금 시급 15달러를 받고 EMS에서 일을 시작한 케이틀린은 학비가 1만3,200달러인 파라메딕(진료 보조자) 과정에 진학하기 위해 1년 동안 일을 쉬고 레스토랑 서빙 업무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된 2월에야 학업을 마치고 현장에 복귀했다. 시급 25달러를 받게 된 그의 주요 업무는 코로나19 확진자 등 위급한 환자를 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었다.

몇 주 동안 그는 방역마스크 N95 한 장에 의지해 코로나19 확진자 집을 드나들어야 했다. 뉴욕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봄ㆍ여름 EMS에는 매일 4,000~7,000통의 전화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도 동료들은 하루 16시간 근무 후 다른 업체에서 추가로 8시간씩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온리팬스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월세는커녕 식료품비도 감당할 수 없던 때가 있었지만 사진을 팔면서 부터는 최소한 식료품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헌신하는 의료 종사자가 자신의 일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포스트를 향해 "내 의사와 관계 없이 이름과 사진, 몸무게, 직장까지 담아 수치심을 주는 기사를 실었다"면서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600개의 팔로우 요청을 받고 나서야 기사가 실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의료 노동 저임금 현실 알리는 계기 삼을 것 "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뉴욕포스트 기사에 대해 남긴 트윗. 오카시오 코르테스 트위터 캡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뉴욕포스트 기사에 대해 남긴 트윗. 오카시오 코르테스 트위터 캡처

케이틀린은 인터뷰와 함께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 Fund Me)에 계정을 열어 뉴욕포스트에 대한 법적 투쟁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개설 엿새 만에 4,300명의 기부자가 모였고 목표 금액 5,000달러를 뛰어넘는 9만5,000달러(약 1억400만원)를 모았다.

그는 "이미 온리팬스 계정을 삭제했고 회사에도 모든 사실을 알렸다"며 "해고될까 불안해 했지만 다행히 여전히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구급대원으로 남고 싶다"며 "온리팬스는 내가 하려던 일도, 내 주 수입원도 아니었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목숨을 바쳐 일하는 의료 종사자들이 개인보호장구(PPE)는 물론 임금으로도 충분히 보상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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