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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스크 벗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좀 더 힘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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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스크 벗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좀 더 힘 냅시다"

입력
2020.12.21 10:00
수정
2020.12.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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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이 전하는 어린이들 적응기
처음엔 마스크 던지거나 울면서 착용 거부하기도
친구들과 놀고 싶은 걸 막아야 할 땐 "짠하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선생님의 도움으로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아이들이 이렇게 마스크를 잘 씁니다.”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귀에 건 마스크 끈 한쪽이 빠지자 ‘코로나 걸려. 마스크 해야 해’라며 마스크 끈을 다시 걸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아이가 집에서는 인형 가지고 놀 때도 인형에게 ‘마스크 안 쓰면 밖에 못 나간다’는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고 전하며 “얼른 아이들이 마스크 벗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좀 더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을 가장 강력한 방역 수단으로 꼽힌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침방울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

마스크 착용 행정 명령이 내려지면서, 지난달 13일부터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은 감염병 예방법 제49조, 제83조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게 됐다. 마스크는 입과 코를 완전히 가리도록 착용해야 하고, 마스크를 썼더라도 입과 코를 완전히 가리지 않은 경우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확진자 나온 어린이집 원생 128명 중 감염자는 '0'

9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지하상가 입구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9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지하상가 입구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를 꼭 쓰도록 하기 위해 행정 명령까지 만들었지만 아직도 착용을 거부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충북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50대 A씨는 제천시 한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한 편의점 직원을 10분 넘게 폭행한 혐의로 16일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날 A씨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전남 나주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버스에 오르던 60대 B씨가 마스크 착용을 요청한 버스 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버스 기사가 B씨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탈 수 없다”고 말하자 B씨는 “당신이 뭔데 안 태워주느냐"고 고성을 지르며 버스 기사를 폭행했고, 버스 기사는 전치 3주의 부상을 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크를 쓰면 갑갑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실히 착용하는 건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나와 주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마스크 착용으로 대규모 감염을 예방한 사례 역시 전해지고 있다.

5일 방역 당국은 “경기 수원시 한 교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교인 3명이 1∼3회에 걸쳐 700명이 모인 예배에 참석했지만, 모두 마스크를 잘 써서 추가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9일에도 당국은 경북 구미시 구포동 시립어린이집 원생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어린이집 교사 22명과 원생 128명 등 150명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는 “어린이집 구성원 모두가 마스크 착용 수칙을 잘 따랐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구포동 어린이집에서는 식사 시간 외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사들은 별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전해졌다.

2·3세 아이들도 "밥 먹을 때 빼곤 마스크 꼭 써요"

1월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내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보건 강사로부터 올바른 마스크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1월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내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보건 강사로부터 올바른 마스크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도 친구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놀이터에서 맘껏 놀고 싶은 마음을 코로나19 이후로 미룬 채 올해를 견디는 중이다.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아이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18일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교사 C(26)씨와 전북의 한 유치원에서 일하는 D(24)씨에게 코로나19와 함께 한 아이들의 1년을 지켜본 소감을 들어봤다.

“학기 초에는 이질감이 들고 답답하고 불편하니 마스크를 던지거나 크게 울면서 마스크 쓰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만 2세(4살) 반을 맡은 C씨는 처음에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아이들 연령이 낮아 스스로 마스크 쓰기를 어려워했기 때문.

사실 11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가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따르면 24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C씨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건지, 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어떻게 하면 이 강력한 질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C씨는 “그 사이 아이들이 자라기도 했고 친구들, 성인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졌다”며 “밥 먹고, 낮잠 자고, 양치하는 시간을 빼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전했다.

만 3세(5살) 반 아이들을 가르치는 D씨는 “아이들도 코로나19가 뭔지 알고 마스크의 중요성을 아니까 안 쓰려고 하는 애들은 없다”면서도 “처음엔 '코스크(코가 보이게 마스크를 쓰는 것)'를 착용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교사가 차근차근 지도하니까 그런 게 없어졌다”고 전했다. D씨 반 원생들도 간식이나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유치원에 있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다.

단체 놀이 지양,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활동도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의 유·초·중·고교가 등교 중지에 들어간 15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빛유치원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이 놀이학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의 유·초·중·고교가 등교 중지에 들어간 15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빛유치원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이 놀이학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C씨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안 좋다”고 했다. 아이들은 탐색적이고 경험이 많이 필요한데, 방역을 위해 여러 활동을 계속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반 친구들과 다같이 점토를 만지던 활동도 지금은 개개인에게 점토를 제공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다 친구들과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친구와 마주 보고 먹지 못하고 모두 일렬로 거리를 두고 앉는다.

D씨는 “마스크 벗고 해야 하는 활동을 못 할 때 아이들이 짠하다”고 했다. 물놀이나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하는 놀이는 하기 어렵다. 요리 활동 중에도 맛을 보며 음식을 만들지 않고 다 만들고 나서 먹는다.

D씨는 “밥 먹으며 친구들과 조잘대고 싶은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이은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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