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선수의 구단 징계 요청으로 숙제를 떠안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택근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KBO는 약 한달 간의 조사를 끝내고 22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근은 지난 11월말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구단이 영상을 촬영한 팬의 언론사 제보 여부와 이유를 자신에게 확인해 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발단은 허민 이사회의장의 퓨처스리그 등판이었다. 허민 의장은 지난해 6월 키움 2군이 훈련장으로 대여한 고양 야구국가대표훈련장에서 몇몇 2군 선수를 상대로 투구를 했다. 이 장면을 팬이 촬영했고, 이 영상이 보도되면서 구단 사유화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택근의 징계 요구 소식이 알려지자 키움은 입장문을 내고 "구단은 제보 영상을 촬영한 팬을 사찰하거나, 이택근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택근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김치현 단장과의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양의지(NC) 회장 체제로 새 출발한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성명을 내고 "키움 구단은 갑질을 멈추라"고 강력하게 규탄한 데 이어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도 "프로야구와 선수들의 권익을 무시하고,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계속한 키움에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는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을 저해함은 물론, 선수들의 권익과 팬들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장문에서 사건의 본질 외에 이택근과의 온갖 불화 과정을 폭로해 논점을 흐렸던 키움은 갑자기 "하나 하나 대응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
이택근은 녹취록을 포함한 증거 자료를, 키움은 결백을 주장하는 자료를 각각 KBO에 제출했다. 선수가 구단 징계를 요구한 건 처음 있는 일로 KBO는 "절차대로 조사 후에 상벌위원회를 열 사안인지 결정하겠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상벌위원회 개최를 확정했다는 건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 명백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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