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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사모펀드 제도 개선

입력
2020.12.2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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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사모펀드 사태가 큰 화제였다. 수많은 피해자를 남겼고 거의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 갔다. 이제는 펀드 수탁회사인 은행들도 수탁을 거부하고 있어 새로운 사모펀드를 설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때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며 없어서 팔지 못한다던 사모펀드가 왜 이렇게 추락하게 됐을까?

일단 자산운용사, 은행?증권사 등 판매회사 그리고 감독당국이 모두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겠다. 문제가 된 자산운용사는 투자자가 믿고 맡긴 투자금을 제 멋대로 운용하였고, 판매회사도 고객의 이익보다 수수료 수익을 우선시하며 불완전판매를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금융당국은 투자자 자격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면서도 투자자 보호 장치를 배제했고, 자산운용사의 진입도 인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하는 등 사모펀드 시장에 대해 양방향의 장벽을 대폭 낮췄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금융당국은 그 누구도 사모펀드가 법과 규약에 따라 제대로 운용되는지를 살피지 않은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진단한 듯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사모펀드에는 배제됐던 수탁회사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복원, 강화하는 한편 은행 등 판매회사로 하여금 고객들에게 판매한 사모 펀드가 제대로 운용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도록 책임과 의무를 부과했다. 나름대로 촘촘한 감시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인 사모펀드를 은행, 증권사 창구에서 일반인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개선 방안에는 적합성 원칙 적용 등 투자자 보호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투자 가능 금액을 3억원으로 올렸지만 투자자 보호에 충분한 대책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제대로 된 자격과 역량을 갖춘 자산운용사만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등록 요건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없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마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그냥 재활치료 정도만 하면서 지켜보자고 하는 것과도 같다.

금융당국이 과거 정책 결정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근본적인 방안을 애써 외면한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동안 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을 통해서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학습효과도 없이 다시 사모펀드 사태를 통해 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듯하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한 제도 개선으로 이러한 사태가 재현될 위험을 자초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사모펀드 제도를 설계하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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