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겨울철 쉴 곳이 필요하다, 길고양이의 외침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우리도 쉴 곳이 필요해요. 추위만 버틸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맘때 걱정이 큰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길고양이들입니다. 집에 사는 반려동물은 추위 걱정이 없겠지만, 길고양이들은 한파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견뎌내야 합니다.
추위도 문제지만 길고양이에게 더 큰 걱정거리는 먹을 게 부족하다는 겁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선 많이 먹어야 하죠. 하지만 겨울엔 그나마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등 먹거리가 금세 얼어버린답니다. 마실 물도 물론 꽁꽁 얼어붙죠.
날씨가 추워지자 우리를 돌보는 사람들인 '캣맘'분들이 바빠집니다. 습식사료는 얼기 때문에 건식으로 준비해주고, 평소보다 많은 양을 놓아 줍니다. 또 물이 빨리 얼지 않도록 스티로폼으로 만든 그릇 아래 핫팩을 넣어주기도 하죠.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아이스박스나 스티로폼에 구멍을 낸 겨울집, 이른바 '숨숨집'(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은신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캣맘들을 위해 1~2만원대의 길고양이용 겨울집과 물그릇을 판다고도 하더군요. 캣맘들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캣맘들은 겨울집에 '길고양이도 같이 살아가는 이웃', '겨울이 지나면 수거할 예정이며 깨끗이 관리하겠다' 등 문구를 함께 부착하죠. 그래도 일부 사람들은 밥 자리를 치워버리기도 하고, 겨울집을 없애기도 합니다.
우리 고양이는 영역동물입니다. 억지로 우리를 몰아내도 머지않아 다른 고양이들이 자리를 차지하며 들어온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캣맘들이 중성화수술(TNR)을 시켜주고 밥과 물을 챙겨주고 깨끗이 관리해준다면 우리가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도 사라지고, 그 수도 늘어나지 않을 겁니다.
또 한가지 부탁할 게 있습니다. 춥다 보니 가끔 자동차 엔진룸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자는 동안 시동을 걸면 우리 목숨은 물론 차가 손상돼 여러분의 안전도 위험해집니다. 우리 고양이들이 자리를 피할 수 있도록 운전자들이 자동차를 타기 전 차를 '똑똑' 두드려 주면 좋겠습니다.
겨울은 우리 길고양이들에 시련의 계절입니다. 제발 우리 밥 자리와 숨숨집을 치우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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